매일신문

[그립습니다] 하익봉 씨의 친구 고 손원락 씨

"비 내리는 날이면 송골매의 '빗물' 부르는 너의 모습…너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힘들어"

하익봉 씨가 고 손원락(사진 오른쪽) 씨와 함께 바닷가 여행 갔을 때 촬영한 사진. 하익봉 씨 제공.
하익봉 씨가 고 손원락(사진 오른쪽) 씨와 함께 바닷가 여행 갔을 때 촬영한 사진. 하익봉 씨 제공.

원락아! "오늘 뭐하노?" "오늘 뭐 안한다~!" 이런 전화 통화로 매일 시작하는 너와의 일상이 끊어진지도 8년이 되어가는거 같구나.

보고 싶다. 처음에는 자주 꿈에도 나와서 안부를 전해주더니 이제는 너도 천국생활이 익숙하고 바쁜지 보기 힘들어진거 같네. 아니면 내가 너를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거 같구나.

초등학교 6학년때 기타를 치던 너의 모습을 처음보고 멋있는 친구라는 것을 직감하고 40년 정도를 무수한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지냈던 것 같다.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많이 알고 있어서 이제는 둘이서 말 없이 있어도 어색하기 보다는 편하고 안락하기까지 했는데, 네가 그렇게 갑자기 내곁을 빨리 떠날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밴드음악에 심취하여 이미 '각시탈'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는 너를 찾아가서 밴드를 하겠다고 한 이후 20대의 신천동 '필인', 30·40대의 인교동 '필인'에서의 수많은 추억과 그 때 만났던 인연 등등은 나의 인생에 소중한 일부분이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시간들이다.

정말, 너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는 것처럼 한여름을 제외하면 물들인 야전잠바를 입고, '필인' 연습실 쇼파에 기대어 자고, 오는 사람 누구도 막지 않고 연습비 받으면 그 돈으로 연습하는 동생들 밥 사 먹이고 매달 공과금 연체, 월세 연체에도 항상 웃고 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세월을 20년이상 하고 우리들에게 멋진 추억만 남겨주고 너는 별로 남는 것 없이 '필인'을 정리했었지. 그런 너의 모습을 보고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이후에 너와 둘이서 바다 보러 가고 팔공산 백숙집에서 밤새도록 이야기했던 그 시간이 크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희석이, 은용이, 창석이가 "행님 오늘 뭐 합니까? 밥 좀 사주세요." 하고 부산 왔다가 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남긴 채 떠나고 혼자서 송도바다를 보면서 한없이 울었지.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등등등 40년을 지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니가 내 곁을 떠나는 한 달 동안은 아무런 이야기도 못한거 같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너도 나도 처음 겪는 일이고 특히 니가 너무 황당하고 급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니…. 그러나, 니가 떠나기 하루 전에 정신이 없다가 잠깐 나를 쳐다보고 "익봉아, 고맙다. 다음에 니 만나면 잘해줄께…" 라는 딱 한마디로 너와의 40년 세월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매년 너의 기일에 친구들, 동생들 하고 니가 있는 상주 선산에 갔다오고 하루종일 너의 추억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너에 대해서 모두가 조금은 무디어 지고 있는 것 같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송골매의 '빗물'을 부르는 너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네가 그립고 너무 보고싶고, 너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힘드네. 천국에서 우리의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겠지. 나도 가끔 니가 있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보고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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