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병상 없다" 추락 사고로 사망한 10대 외상 환자 진료 대기만 40분…"응급 의료체계 전반 재점검해야"

병원 7곳에서 안 받아줘 2시간 떠돌다 숨져
정우택 국회 부의장 "응급실, 의사, 병상을 찾아 국민이 표류하는 일 없어야"
대구시·복지부 공동조사단 꾸려 사건 전반 조사

대구 중구 삼덕동 상공에서 바라본 경북대병원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중구 삼덕동 상공에서 바라본 경북대병원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응급실, 병상, 의사를 찾아 표류하다가 10대 학생이 결국 숨졌다.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대구 도심 한 가운데서 병실을 찾아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하는 사건(매일신문 3월 28일 단독 보도)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공동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 15분쯤 북구 대현동 골목에서 발견된 A(17) 양이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한 건 오후 2시 51분쯤이었다.

사고 직후 처음으로 방문한 동구 한 종합병원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가라는 권유를 받고 17분 만에 도착한 두 번째 병원이었다.

소방과 병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에는 '활력 징후'(Vital Signs)도 비교적 안정됐고 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구급대가 A양을 오후 3시 39분쯤 경북대병원에서 2km 떨어진 종합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동공이 흐리고 뇌부종이 심한 상태로 의식도 없었다.

다만 A양이 경북대병원에서 다른 종합병원으로 이송하기 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위급한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A양 사고 당시에는 병실이 모두 가득 차 진료를 볼 수 없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환자 상태가 경증이라고 전달받았고 우리 병원에 왔을 때도 의식은 물론 각종 수치도 안정됐다"며 "만약에 중증이라고 전달받았다면 권역외상센터가 아무리 혼잡하더라도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 도심을 떠도는 환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차가 병원의 거부 등으로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6천840건으로 2번 이상 거부된 환자 비율은 2020년 12.0%, 2021년 13.3%, 지난해 15.5%로 늘었다.

이와 관련,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응급 의료체계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건물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 대학생이 119구급차 긴급 이송에도 병원 7곳에서 안 받아줘 2시간을 거리를 떠돌다 사망했다"며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게 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미묘한 병원 간의 전원 문제 뿐 아니라 지금은 없어진 응급의료정보센터(약칭 1339)로 불리는 의료체계 등이 사라져 일어난 일"이라며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과거에 비해 분명히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의료기관과 소방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와 복지부가 꾸리는 공동조사단은 A양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응급의료기관 선정, 환자 수용 거부 및 전원, 진료까지 부적절한 대응과 법령 위반 사항 등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또 응급의료기관 등에 대한 현장 조사와 의학적 판단에 대한 전문가 자문 등을 진행해 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행정처분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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