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밀값 12% 폭등에 냉면값 1만원 돌파…"월급 빼고 다올라"

국내산과 수입산 메밀 모두 생산량 줄어 가격 급증
수입 메밀 도매가격은 ㎏당 평균 4천704원… 2년 전 대비 12.3%↑
저렴하게 집에서 조리해 먹는 봉지 여름면의 수요 증가할 것으로 전망

최근 서울 유명 냉면집들이 냉면 가격을 1만6천원으로 인상하면서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냉면값을 2년 연속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중구에서 냉면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58) 씨는 작년에 냉면 가격을 1천원 올렸으나 오는 5월에 한 차례 더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박 씨는 "30년 넘게 영업했지만, 올해 재룟값이 가장 많이 오른 거 같다"며 "작년에 냉면 가격을 올렸음에도 오히려 매출은 1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유명 냉면집들이 냉면 가격을 1만6천원으로 인상하면서 논란이 됐다. 전국 일반음식점 냉면 최고 가격은 1만8천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냉면 한 그릇과 사이드 메뉴 하나를 주문할 경우 한 끼에 2만원이 훌쩍 넘어버리게 되자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기준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2월 보다 7.5% 올랐다. 작년 외식 물가 상승률은 가파르게 오르며 9월에는 9.0%까지 치솟았다. 1992년 7월 9.0%를 기록한 이후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외식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냉면 역시 여름철 서민 음식이라고 불리기 어려워졌다.

평소 냉면을 좋아해서 점심 메뉴로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노모(29) 씨는 "내 임금도 1시간에 1만5천원이 안 된다. 냉면 먹으려면 2시간은 일해야 한다"며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이제 냉면도 치킨처럼 마음먹고 먹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메밀부터 채소까지 원자재 가격 전반 상승

냉면 가격이 이토록 오른 원인으로는 주재료인 '메밀'값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국내산과 수입산 메밀 모두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함께 세계 5대 메밀 생각으로서 높은 가격의 국산 메밀의 대체제로 애용돼 왔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수입 메밀 도매가격은 ㎏당 평균 4천704원이다. 이는 2년 전 대비 12.3% 오른 수치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메밀 도매가격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국산 메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강원도산 메밀가루 기준 20kg은 2021년 17만원에서 최근 25만원대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고명으로 쓰이는 오이와 양파 가격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가격 상승에는 지난해 폭염과 폭우, 태풍과 난방비 급증으로 인한 비닐하우스 유지비용 등이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양파는 전년 대비 60.1%, 오이는 31.5%로 상승했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양파와 오이는 각각 166.7%, 275%나 올랐다.

중구에서 냉면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52) 씨는 "올해 원자잿값이 체감적으로는 한 2배 이상은 오른 거 같다.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오시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니 전체적으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 야채값, 공산품, 가스·수도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말했다.

대구 평균 냉면값이 1만원을 돌파하자 올 하절기에는 저렴하게 집에서 조리해 먹는 봉지 여름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대체제로 봉지 냉면 찾는 소비자

대구 평균 냉면값이 1만원을 돌파하자 올 하절기에는 저렴하게 집에서 조리해 먹는 인스턴트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은 이미 여름면 제품 정비에 나섰다. CJ제일제당에서는 독자 제면 기술을 적용해 끓는 물에 40초가량 조리하면 저절로 풀어지는 '동치미 물냉면'과 '함흥 비빔냉면', '평양물냉면'을 출시했다.

풀무원은 초고압 제면공법을 적용해 면이 쉽게 불지 않는 '평양냉면', '동치미냉면', '함흥비빔냉면'을 앞세우고 있고, 농심은 대표 메뉴인 '둥지냉면'의 여름맞이 포장지 개편 작업에 나섰다. 아워홈은 저온에서 두 번 숙성하고 고온단시간살균(HTST) 공법으로 쫄깃한 면 식감을 살린 '동치미물냉면', '함흥비빔냉면' 등을 집중 판매한다.

냉면뿐만 아니라 여름철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비빔면' 시장도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테디셀러로 등극한 팔도의 '팔도비빔면'과 함께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 오뚜기 '진비빔면'이 뒤따르고 있다.

회사원 전모(37) 씨는 "요즘 대기업에서 만드는 밀키트 제품이나 인스턴트 제품이 맛도 있고 저렴하면서 다양하게 나와 여름마다 자주 찾게 된다"며 "냉면이 서민 음식이라는 건 옛말이다. 직장인들은 밥값이라도 아껴야 돈을 모으는데 이제 편하게 냉면 먹을 수 있는 데는 마트, 편의점밖에 없는 거 같다"고 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외식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인해 인스턴트 냉면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각 브랜드마다 여름맞이 행사를 펼치거나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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