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폐기물매립장 건립?…술렁이는 경주 안강

두류공업지역 내 신설 움직임…"기업유치 절실" "환경문제 심각"
찬반 주민, 연일 시장실 찾아

경주 안강읍 두류리 폐기물 매립시설 허가를 찬성하는 안강읍 주민들이 주낙영 경주시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주 안강읍 두류리 폐기물 매립시설 허가를 찬성하는 안강읍 주민들이 주낙영 경주시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경주 안강읍 주민들이 폐기물매립장 신설을 두고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수년 전 안강읍 두류공업지역에 폐기물매립장 신설을 포기한 업체가 다시 신설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반대하는 쪽과 허가를 원하는 측간 대립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7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두류공업지역 내 폐기물매립장 신설 움직임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기물 처리업을 하는 한 업체가 2017년 안강읍 두류리 일원 부지에 폐기물 매립시설 허가를 신청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경주시는 주민 건강 악화와 하천 오염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 업체는 경주시의 '부적정' 통보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12월 대법원 항소심에서 최종 기각돼 사업은 무산됐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A업체는 해당 사업 부지를 사들인 후 2020년 8월 매립면적 5만9천158㎡ 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 사업계획서를 경주시에 냈다. 이에 대해 안강읍 일부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이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포항시민의 식수원인 형산강 오염이 우려된다는 포항시와 포항시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끊이질 않았다. 결국 이듬해인 2021년 3월 업체 측이 사업신청을 자진 취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A업체가 또다시 매립장 신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7일 안강읍 두류공업지역에 폐기물매립장 신설을 반대하는 안강읍 주민들이 주낙영 시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17일 안강읍 두류공업지역에 폐기물매립장 신설을 반대하는 안강읍 주민들이 주낙영 시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이와 관련, 지난 11일 폐기물매립장 허가를 원하는 안강읍 주민 20여명이 주낙영 경주시장과 면담을 가진 것에 이어 17일엔 반대 측 주민이 시장실을 찾아 면담을 했다. 문제는 양측 모두 각각 자신들의 주장이 주민 다수 의견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공단 내 기업 유치가 절실하다"며 "과거 공단에서 이주한 주민들은 공단 내 토지가 매매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니 기업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주장한다. 반면, 허가를 반대하는 이들은 "안강읍 지역은 지금도 악취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만큼 환경을 저해하는 기업은 더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안강읍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환경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시에 등록된 폐기물 관련 업체 88곳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25곳이 안강읍에 있다.

A업체 사업 예정지는 인근 칠평천으로 합류하는 물가에 있는데, 칠평천은 안강읍을 지나 형산강과 만난다. 이곳에서 하류로 8㎞ 정도 떨어진 곳엔 포항시 전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유강정수장이 있다. 행정소송 당시 법원이 경주시의 손을 들어준 주요 근거 중 하나는 '(포항시) 식수원으로서 수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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