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변기에 유기해 결과적으로 죽게 만든 20대가 2심에서 대폭 감형 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진성철 부장판사)는 20일 영아살해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A(22)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어린 나이의 미혼모였고, 아이의 아버지도 불분명했던 점을 참작할 수 있다"며 "현재 범행을 후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1심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한다"고 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차가운 변기 속에 버려진 아이를 구하러 갔음에도 결과적으로 살리지 못해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친구 B(22) 씨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B씨가 아이를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 데려가지 않은 점을 들어 기소했지만,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B씨가 상태가 위중한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11일 시작됐다. A씨는 이날 경산의 한 원룸에서 자신이 출산한 갓난 아이를 변기 속에 방치했다. 아이는 2시간 넘게 차가운 변기물 속에서 떨고 있었지만 A씨는 변기 뚜껑마저 닫아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A씨의 친구 B씨는 이 소식을 듣고 A씨의 집을 찾아가 아이를 따듯한 물로 씻긴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전기장판을 사용해가며 돌봤다. 아이는 상태가 다소 호전되는 등 했으나 다음날 오전 3시 57분 사망했다. 앞서 심각한 저체온 상태에 빠졌었고 태어난 후부터 영양공급을 전혀 받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B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지난 1월 27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검찰 역시 항소하며 사건은 2심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B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과적으로 A씨의 형량은 반토막이 나고 B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2심에서 이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서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 상고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이미 A씨에 대해서는 유죄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양형만을 놓고 상고할 수 없고, 버려진 아이를 구하려는 선의로 사건에 휘말린 B씨 역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상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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