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댁 형님, 하늘나라가서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그러고보니 우리도 형님 돌아가실 때 나이를 훌쩍 넘었습니다. 살아계셨으면 구순 나이에 장수한다는 소리 들으셨을텐데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좋은 세상 더 못 보신 게 안쓰럽습니다.
요새 날씨도 따뜻하니 이래저래 놀러 가기 참 좋은데 형님이 안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마을에서는 신풍미술관에서 그림 공부하는 할머니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기억하시지요? 우리 모두 미술관에 모여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재미지게 공부했던 거 말입니다.
1박2일로 놀러갔다 왔는데 형님 생각이 많이 나더이다. 우리도 형님이랑 함께 제주도도 가고 여수 오동도도 가고, 목포도 가 보고 통영도 가 봤잖아요. 놀러다닐 때마다 형님이랑 동네 사람들이랑 그야말로 관광버스 밑바닥이 부서져라 춤추고 1박 2일, 2박 3일 놀러가도 잠도 안 자고 계속 신명나게 놀았던 게 자꾸 생각이 나더이다.
형님이 맨날 동네 사람들한테 "한 곡 뽑아보소" 하면서 노래도 권하고 거꾸로 형님한테 노래해 보라고 하면 "한 곡 하면 내가 한 곡 할게요"라면서 주거니 권커니 했지요. 그래서 맨 마지막 순서쯤에 노래 한 곡 하면 어찌나 신나게 부르던지요. 그 때 형님이랑 놀던 생각이 중간중간에 나더이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화투 그림도 그려보고 했는데 형님은 화투도 참 좋아했지요. 10원짜리로 고스톱 치면서 놀다보면 하루 해가 다 가곤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 때 경로당에서 화투 못 치는 사람은 밥 하느라 애 먹었지요. 경로당 새로 짓고 형님은 얼마 놀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형님이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갑자기 뒤통수가 아프다고 계속 하더니 결국 검사해보니 뇌 쪽에 탈이 났고 결국 뇌종양으로 커졌지요. 그래서 결국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도 받고 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 듣고 나서 얼마 안 돼서 형님이 돌아가셨지요. 나이가 많다 해도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나이는 아니었고 그 전만 해도 건강해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아파했는지요. 형님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서 바깥 어른도 형님 따라 가시는 걸 보고 동네 사람들 모두 안타까워했습니다.
요새도 동네에 큰 잔치나 즐거운 일 있으면 형님 생각 많이 합니다. 그런 일 있으면 잔 일, 궂은 일 마다 안 하고 앞장서서 하시고 세상 재미있게 노시던 형님의 신명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미술관에서 그림공부하는 할매들이랑 같이 여행갔을때도 그렇고요.
간혹 형님 내외분 묘소 돌보러 형님 자식들이 오는 걸 봅니다. 형님 자식들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을 자기 부모 돌보듯이 인사도 하고 간혹 경로당에 먹을 것도 사 들고 와서 인사도 합니다. 일찍 돌아가셨어도 형님 자식들 보면서 '형님이 자식을 참 잘 키웠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혹시 하늘에서 자식들 걱정하고 있다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형님, 하늘 가셔서도 친구 만들어서 신명나게 놀고 계십니까? 바깥 어른 만나서 잘 지내고 계십니까? 거기서도 신나게 놀고 계세요. 우리도 형님 노는 모습 잘 기억하고 있다가 남은 인생 여기서 형님 몫만큼 더 신나게 놀다 만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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