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선선한 날에도 더위 타고 가슴 두근거림…'갑상선기능항진증' 의심해야

전신 쇠약, 피로, 더위 등 증상 다양…무월경으로 임신에 문제 생길 수도
국내 80~90%는 그레이브스병이 원인…약물치료, 방사선 요오드 치료, 수술 등 고려

갑상선.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갑상선.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워킹맘 A(35) 씨는 지난 몇 개월간 예전보다 부쩍 더위를 많이 타고, 커피를 줄였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먹는 양에 비해 살이 꾸준히 빠지는가 하면, 눈도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았다. 불안해진 A씨는 건강 검진을 받은 끝에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은 목 한가운데에 있는 갑상연골 아래에 위치하며 나비처럼 생긴 내분비 기관이다. 갑상선 앞쪽으로는 두꺼운 목 근육이 둘러싸여 있어 잘 만져지지 않는다.

갑상선의 무게는 15~20g밖에 되지 않고, 몸에서 차지하는 크기는 작지만 인체의 모든 대사 과정을 촉진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의 역할

대한갑상선학회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은 T3 및 T4라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요오드와 타이로신(아미노산의 일종)을 이용해서 만든다. 또한,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칼슘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호르몬은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며 식욕, 소화 기능, 포도당과 지방의 분해 등을 촉진한다.

또한 발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어린이들의 성장 속도를 증가시킨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우리 몸에 과도하게 만들어져서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갑상선중독증 증상이 있는 경우 선선한 날에도 더위를 많이 느끼고 열이 나거나 땀이 많이 나게 된다.

또한 이유 없이 피곤하며 전신적인 쇠약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사가 지나치게 항진됨에 따라 식욕이 증가하지만 많이 먹어도 체중은 계속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밖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벼운 운동을 해도 쉽게 숨이 차는 경우가 있다. 감정의 기복 변화도 심해져서 평상시보다 쉽게 화를 내기도 하고,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거나 안절부절못하게 될 때도 있다.

한편, 대한갑상선학회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호르몬은 신체 거의 모든 조직과 장기에 작용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아지면 장 운동이 증가해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가 지속되기도 한다. 근육이 위축되고 힘이 약화되며 심한 근무력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뼈의 칼슘 대사가 증가하면서 뼈의 강도를 나타내는 골밀도 측정 시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신진대사가 증가하기 때문에 체온이 높아지고 피부가 따뜻해지면서,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여성에게서는 월경이 불규칙해지거나 무월경이 발생해서 임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지속될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성기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고, 정자 수가 감소되며 임신율이 낮아지고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게선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을 때 동반될 수 있는 안과적 질환인 '갑상선 안병증'이 나타난다. 주로 그레이브스병에서 발생하며 눈이 부시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심한 경우 물체가 두개로 보이고 눈이 튀어나오는 안구 돌출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갑상선.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약 80~90%가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로 인해 생기는 '그레이브스병'에 해당된다.

진종화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쉽게 말해 갑상선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 중독성 단일 갑상선 결절, 다결절성 갑상선종에 의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뇌하수체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는 종양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는 우선적으로 약물 치료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치료에 반응이 적은 경우 갑상선 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하거나, 제거하는 방사선 요오드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진 교수는 "어떤 방법이든 과도한 갑상선 호르몬의 작용을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려서 항진증으로 인한 증상을 호전시키고, 부정맥이나 골다공증과 같이 부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들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종화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진종화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생활 습관 관리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도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체중 감소를 막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과도한 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그레이브스병이 있는 젊은 남자 환자의 경우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는 '갑상선 중독성 주기성 마비'의 발생을 예방하려면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술과 커피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과와는 큰 관계가 없지만, 두근거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조절될 때까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서 갑상선 안구병증의 발생 및 악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

진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며 "따라서 갑상선기능항진증에 해당되는 증상이 확인되면 조기에 갑상선클리닉과 같이 숙련된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으로 내원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움말 진종화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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