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하는 청송, 도약하는 청송] (5·끝)프랑스 관광처럼

모나코 국왕 결혼식장·프로방스 빛의 채석장…역사 속 문화 되살려 관광객 유혹
흉물 된 폐채석장, 매력적인 관광 요소로 탈바꿈시켜야
청송처럼 대중교통 무료인 룩셈부르크, 유럽 대표 명소로 거듭
숙박·즐길거리 등 인프라 구축해 머무는 관광지로 도약해야

프랑스 남부 모나코 해변에 고급 요트와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프랑스 남부 모나코 해변에 고급 요트와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프랑스는 정치와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선두그룹에 속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프랑스는 늘 강대국 위치에 자리하며 안정된 국가를 유지했다. 이런 역사가 우수한 문명과 문화의 꽃을 피워 지금의 프랑스 관광을 빛나게 했다.

프랑스와 맞닿아 있는 룩셈부르크는 유럽인의 대표 관광지다.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선언한 룩셈부르크는 빌딩 숲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유럽의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프랑스와 누구나 공짜 교통으로 모든 곳을 다닐 수 있는 룩셈부르크. 경북 청송군이 배워야 할 곳이다. 청송은 대한민국 내륙 최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도시이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료 버스가 운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 모나코

프랑스 동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모나코 공국은 프랑스 안 또다른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모나코는 면적 1.9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 없고 그 속에서 탄생할 수 있는 문화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1956년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인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국왕인 레니에 3세가 동화 같은 결혼식을 치르면서 세계인이 모나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나코 대성당에는 1950년대 최고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 자격으로 안치돼 있다. 그는 1956년 모나코 국왕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을 올렸다. 전종훈 기자
모나코 대성당에는 1950년대 최고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 자격으로 안치돼 있다. 그는 1956년 모나코 국왕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을 올렸다. 전종훈 기자

지난 5월 28일 모나코는 사흘 뒤인 31일 레니에 3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택과 상가 등 모든 건물에 레니에 3세의 초상이 그려진 깃발이 걸려있었다. 이 때문인지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3세가 결혼식을 올리고 장례식을 치르며 묻힌 모나코 대성당에는 그들을 그리는 모나코인과 관광객 행렬이 줄을 이뤘다.

모나코에서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인 모나코 그랑프리(5월 26~28일)가 개최됐는데 취재진이 도착한 28일은 결승전이 열린 날이었다. 이 그랑프리는 모든 것이 유료화로 돈을 내지 않고서는 서킷(경주장)을 구경할 수 없다. 입장은 물론 높은 위치에 있는 관광지에서도 이 서킷을 보기 위해 돈을 주고 별도의 표를 예매해야 할 정도다. 특히 모나코와 인접해 있는 칸에서 국제영화제가 27일 폐막하면서 세계 부호들이 이 지역 해변에 호화로운 요트를 정박하고 상상 이상의 자금을 이곳에 쓰고 간다고 한다.

폐채석장이 미디어 복합 공간으로 탄생된 프랑스 레보드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 입구. 전종훈 기자
폐채석장이 미디어 복합 공간으로 탄생된 프랑스 레보드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 입구. 전종훈 기자

◆프로방스 빛의 채석장

프랑스 정부가 가장 아름다운 마을 100곳 중 하나로 선정한 레보드프로방스. 이 아름다운 마을에 엄청난 곳이 있다. 바로 빛의 채석장(까리에르드뤼미에르)이다. 우리나라 제주에서 열린 빛의 벙커 역시 이곳이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그랑 퐁 석회암 폐채석장을 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개발로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 빛의 채석장이다. 수천점의 명작을 디지털화했고 그에 맞은 음악과 시나리오 등을 입혀 최대 16m 높이의 천연 스크린 바닥과 벽, 기둥, 천장에 영상을 노출하면서 관람자는 명작 속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나의 공연은 30분 정도 진행되는 데 채석장 모든 공간에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다.

빛의 채석장을 수놓은 고흐의 작품들. 전종훈 기자
빛의 채석장을 수놓은 고흐의 작품들. 전종훈 기자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는 폐채석장이 많지만 활용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세월이 흘러 흉물이 돼 있다. 청송에 김주영 작가의 소설 등장인물이 뛰어다니고 남관 화백의 그림, 이오덕 선생의 동화 등이 아름답고 웅장하게 그려지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관광 요소가 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프랑스 니스의 프롬나드데장글레. 영국인들의 휴양지로 이름 난 곳으로 현지에서는 영국인의 산책로로 불린다. 전종훈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프랑스 니스의 프롬나드데장글레. 영국인들의 휴양지로 이름 난 곳으로 현지에서는 영국인의 산책로로 불린다. 전종훈 기자

◆프랑스 속 영국인 산책로

프랑스 남부 니스에는 특이하게 영국인이 사랑하는 거리가 있다. 바로 '프롬나드데장글레'이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프롬나드데장글레는 이름 그대로 영국인의 산책로다. 이곳은 18세기부터 영국인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영국인이 찾았고 영국 출신 사업가 루이스 웨이가 사비를 털어 이곳 거리를 조성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이곳을 자주 찾았는데 그녀가 올 때마다 들린 케이크 집도 아직 운영되고 있다.

프롬나드데장글레 인근 엘리자베스 2세가 즐겨 찾은 케이크 집. 전종훈 기자
프롬나드데장글레 인근 엘리자베스 2세가 즐겨 찾은 케이크 집. 전종훈 기자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과 계단 역시 이와 유사한 경우다. 스페인 대사관이 바로 옆에 있는데다 스페인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아 아예 지명에 스페인을 넣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까지 등재됐다.

해가 갈수록 세계 속 우리나라의 음식과 한글, K팝 등도 세계적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할 시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 배경이 된 고흐 카페. 전종훈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 배경이 된 고흐 카페. 전종훈 기자

◆아를에서 고흐 찾기

네덜란드 출신의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화가다. 고흐는 1888년 봄 아를에 거주하면서 섬세함과 타는 듯한 색채 등을 보이며 그의 최고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는 고흐가 자주 찾던 아를 포룸 관장의 카페 밤 배경을 그림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림이 그려진 이후 1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카페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의 이름은 '고흐 카페'로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고흐가 자신 동생 테오의 부인에게 편지와 함께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받고 너무나 기쁜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낸 '론강에 비치는 별빛'은 아를의 아름다운 밤 풍경을 그대로 묘사됐다. 이 작품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데 이 그림을 눈에 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아를에는 그가 고갱(1848~1903)과 다툰 뒤 왼쪽 귀를 자르고 치료받았던 오텔 디외 병원(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아를 병원의 정원', '아를 병원의 병실' 등 다수의 작품 배경이 된 곳이다.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치료를 받았던 오텔 디외 병원. 이곳 정원은 고흐의 작품 '아를 병원의 정원' 배경이다. 전종훈 기자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치료를 받았던 오텔 디외 병원. 이곳 정원은 고흐의 작품 '아를 병원의 정원' 배경이다. 전종훈 기자

◆룩셈부르크는 무료로 버스·트램 탄다

프랑스 동역에서 떼제베(TGV·고속열차)를 타고 약 2시간 20분이면 룩셈부르크 역에 다다른다. 이 역에 들어서면 유럽 각국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룩셈부르크는 면적 2천500㎢, 인구 65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면적 1천850㎢·인구 67만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은 13만5천달러(한화 1억7천만원)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부유국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선언한 룩셈부르크. 이곳 국민 대다수는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트램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2020년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선언한 룩셈부르크. 이곳 국민 대다수는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트램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룩셈부르크 버스는 도심 곳곳에 승하차장이 있어서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 등에도 활용도가 높다. 전종훈 기자
룩셈부르크 버스는 도심 곳곳에 승하차장이 있어서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 등에도 활용도가 높다. 전종훈 기자

이런 재정을 바탕으로 룩셈부르크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선언했다.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한 것이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유럽인의 대표 휴양지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유럽에서는 고속열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 관광객은 주로 도심 곳곳에 있는 호텔 등 숙박시설에 며칠 동안 방을 잡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가 전역을 관광한다.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대중교통 덕에 지역 경제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고 이는 관광 발전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송 역시 올해부터 대중교통 무료화를 선언했다.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까지 이 혜택이 돌아오면서 지자체에 무료 버스를 이용한 관광 상품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숙박과 관광 인프라 등이 무료 대중교통과 유연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 스치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를 수 있는 관광지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할 시점이다.

룩셈부르크 구시가지의 모습. 이곳은 신시가지에서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연결돼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룩셈부르크 구시가지의 모습. 이곳은 신시가지에서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연결돼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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