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이번엔 꼭 금연…전자담배는 덜 해로울까?

"독성 물질 적게 함유" Vs. "짧은 간격으로 피우게 돼…암 발생은 마찬가지"
영국 등 금연보조제로 사용…"니코틴 자체는 건강 위해 안 일으켜"
흡연, 코로나19 중증 위험 41%, 사망 위험 27% 높여

'세계 금연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금연구역에서 흡연자가 금연 안내문을 뒤로하고 버젓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을 활용해 사진 2장을 중첩시켜 합성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세계 금연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금연구역에서 흡연자가 금연 안내문을 뒤로하고 버젓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을 활용해 사진 2장을 중첩시켜 합성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9일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흡연으로 인한 피해 감소와 금연 성공률을 높일 방안을 논의하고자 KASS(Korean Academy of Smoke-free Society·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위한 연구회)가 심포지엄을 열었다.

흡연 피해를 연구하는 전문가 단체인 KASS는 이날 흡연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논의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성인 흡연율(궐련 기준)은 19.1%로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흡연율은 19.3%로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다.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흡연율 수치가 바로 상승한 것이다.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담뱃값 인상 등 보다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자담배는 과연 덜 해로울까?

이날 윤방부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흡연자 중 3분의 1은 금연할 생각이 없고, 금연을 시도한 10명 중 6명은 실패한다면서 이들을 'NTF(Never Try of Failed) 흡연자' 혹은 '불가촉천민 흡연자'라고 지칭했다.

이어 이들에게 전자담배를 적극 권유해도 될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담배에 중독되는 것은 니코틴 때문인데 니코틴 자체는 건강상 위해를 일으키지 않으며, 흡연 시 발생하는 약 8천 종에 달하는 기타 유해 물질이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전자담배에 대해선 '독성 물질이 적으니 일단 담배로부터 벗어나 전자담배를 적극 허용하자'는 주장이 있고, '아직 독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순한 담배와 똑같이 취급해야 하며 금연보조제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 영국 등의 국가에선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이 적게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니코틴 보충제로 분류해 금연보조제로 인정하고 있다.

윤 교수는 "금연 정책에 유연성을 가미해 독성 물질을 저감시켰다고 알려진 담배 제품을 금연에 활용하는 관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담배마다 유해 성분 정보를 흡연자들에게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전자담배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당장은 덜 해롭다는 제품을 권할 수밖에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를 들먹이는 사람들을 역적, 매국노로 취급하고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마치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금연 단체부터 연구자, 정부 관계자 등이 모두 힘을 합쳐 발상을 전환하고 건설적인 논의와 협조를 이뤄가자"고 강조했다.

반면, 전자담배에 독성 물질은 적지만 흡연자의 건강에 입히는 피해는 일반 담배와 유사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를 권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현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자 담배는 니코틴, 타르를 줄인 '순한 담배'와 비슷하다. 함유된 독성 물질은 적지만 더 짧은 간격으로 피우게 돼 폐암 발생 등은 똑같이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며 "세포 노화, 암을 일으키는 중간 대사 결과를 분석했을 때 일반 담배보다 어느 정도 덜 하긴 하지만 결국 건강에 위해를 일으키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담배와 비교했을 때 암을 똑같이 일으키느냐', 혹은 '암이 덜 발생하느냐' 둘 중 하나가 연구로 결정이 나야 하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흡연, 코로나19 중증도 41% 높여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홍승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흡연이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흡연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에서 사망률, 중증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교수 연구팀은 2020년 6월 3일부터 2023년 3월 28일 사이에 발표된 연구들을 분석했다.

코로나19와 흡연 간 연관성에 대한 1차적으로 검색한 연구들 중 1천여 편을 선정했고,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제외한 760편을 분석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중증도에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교란 요인을 보정해 중증도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중증 위험도는 1.41배, 사망 위험도는 1.27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데이터를 계속 정리 중이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최종 발표할 때는 숫자가 약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추후 일반 담배, 전자담배 등 담배 종류에 대한 서브 자료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방부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가 지난 9일 열린 KASS(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위한 연구회)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윤방부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가 지난 9일 열린 KASS(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위한 연구회)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마약 교육, 금연 교육이 바탕돼야

이날 학생들에게 금연 교육을 담당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 마약을 포함한 다양한 비행 문제가 이슈로 부상했지만, 금연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금연 담당 교사 A씨는 "담배는 폭력, 왕따 등 청소년들이 비행 행동으로 치닫는 '입구 약물'(gate drug)인 만큼, 마약뿐만 아니라 청소년 비행 문제 교육을 할 때 이와 관련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교수는 "만약 청소년이 마약을 한다면, 담배를 할 가능성은 99%가 될 것이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고 마약만 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을 것이다"며 "이 때문에 마약 교육을 할 때 금연 교육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코틴은 반감기가 2시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상 후, 식후 등 하루 종일 피우게 되는 사회적 중독(social addiction)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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