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76>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 김지연 옮김/ 모모 펴냄

무라세 다케시 지음 · 김지연 옮김/ 모모 펴냄
무라세 다케시 지음 · 김지연 옮김/ 모모 펴냄

결혼을 약속했던 소꿉친구, 사회생활에 지쳐 아버지에게 소홀했던 아들,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둔 학생,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아내에게 소중한 사람이 열차 탈선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일어난다. 불의의 사고를 겪은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죽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령 열차'에 오르게 된다.

"평범한 아침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보내진 않았을 텐데…."

'만일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려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이란 판타지 설정에서 시작된 무라세 다케시 작가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후회와 절망 속에서 잿빛 같은 하루하루를 살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유령 열차'의 존재를 알게 되고 사고로 숨진 가족, 연인을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다시 만날 기회를 얻으면서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2022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베스트셀러로 현재도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이태원 대참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지인이나 가족들이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에 휘말렸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과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 감정은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짙은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며 희망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아있는 아이를 위해, 생전에 했던 약속을 위해 아프지만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중에는 당신처럼 자신이 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이 역을 통과하려던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들 그 사람을 열차에서 내리게 했어. …(중략)…. 그런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다들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살아주기를 바랐거든. 난 그게 참 아름답더라."(319쪽)

유령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그들과 헤어지기 싫어 내리지 않으려고 하나,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면서 내리게 한다. 이들의 서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자신만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들에게 재회와 만남, 그리고 그 후에 남은 약속을 통해 미래를 위로하고 기원한다.

책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떠난 이의 곁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그들과 했던 약속과 추억이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지내는 매일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늘 감사하며 소중한 하루를 보내자.

김정인 경상북도교육청 청송도서관 사서
김정인 경상북도교육청 청송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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