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를 다녀온 직장인 A(29) 씨는 신사이바시에 있는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에 나섰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제품이나 철수한 해외 매장들도 일본에선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한국보다 저렴했다.
A씨는 "같이 여행 간 친구가 한국에서 70만원 정도 하는 지갑을 일본에서 50만원 초중반에 샀다"며 "엔화도 많이 내려 짧은 기간 여행하고 쇼핑하기에 지금 일본이 최적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길이 뚝 끊겼던 일본에 한국의 2030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호감을 느낀 'MZ세대'는 특색이 있는 일본 소도시로 발길을 넓히고 'SNS 인증샷'을 남기며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TN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89만8천900명으로 1년 전 14만7천명보다 12.9배로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인이 51만5천7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만(30만3천300명), 미국(18만3천400명), 홍콩(15만4천400명), 중국(13만4천400명)이 뒤를 이었다.
'일본 여행 열풍'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30세대 626명을 대상으로 일본에 대한 인식과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42.3%로 부정(17.4%)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도 역시 10점 만점에 5.7점으로 평균 이상의 호감도를 보였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이후부터 일본 여행이 늘기 시작했는데 최근 엔저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며 "애니메이션이나 J-POP 등 일본 문화가 인기를 얻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공권도 일본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대구국제공항을 출발하는 후쿠오카 항공권은 여름 휴가철인 8월 기준 20만원 후반~30만원 초반대(3박 4일 왕복 기준)로 형성됐다. 8월 말에는 최저 17만원 대도 있다. 같은 기간 제주도 항공권은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 초반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원생 B(26) 씨는 "항공권을 살펴보니 제주도랑 일본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봐서 짧게 다녀올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일본의 소도시까지 시야를 넓히는 이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SNS에 '#일본소도시여행'을 검색하면 생소한 일본 지명이 빼곡하게 등장한다. '진짜 일본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일본 간식이나 물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인증하는 '쇼핑 떼샷'도 인기다.
8월 중순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직장인 C(31)씨는 "최근에는 다카야마시나 사가시 등 일본 소도시들도 인기가 많아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본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며 "꼭 휴가를 길게 쓰지 않아도 쉽게 다녀올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일본 노선이 다시 열리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늘며 일본 여행객도 증가했다"며 "짧은 비행시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행 비용, 엔저 현상 등이 겹치면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여행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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