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마 뒤 폭염에 농가 병충해 비상…탄저병 등 창궐, 흉작·농약비 걱정 심화

병해충 발생 위험수준 4단계…경산 복숭아·자두, 청송 사과, 영양 고추·벼 등 일제히 경계태세
일부 농가는 이미 탄저병 등 앓는 중…경산 복숭아 농민 "열매 솎기, 병충해 방제 1천만원 날려"

경산의 복숭아 재배농민이 올해 잦은 비로 인한 탄저병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김진만 기자
경산의 복숭아 재배농민이 올해 잦은 비로 인한 탄저병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김진만 기자

장마 떠난 자리를 병충해가 꿰차 놀란 농심(農心)에 재차 비상이 걸렸다. 탄저병과 갈색점무늬병(갈반병)이 창궐해 복숭아·자두와 사과·배, 고추 농가는 근심이 그득하다.

27일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병해충 발생 위험 수준이 4단계에 달했다. 이달 강우가 잇따랐고 일조시간도 부족해 작물에 병충해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 됐다. 벼 잎도열병, 흰잎마름병, 벼멸구, 탄저병, 갈반병 등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농기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과수원에선 벌써부터 탄저병 등이 유행하고 있다.

경산의 복숭아·자두 농민들은 수확기인 요즘 과일이 세균성구멍병과 탄저병으로 썩어 떨어지는 피해로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남은 과일 수확량도 지난해의 절반에 그친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는 복숭아 중만생종(재배변적 516ha)의 30~40% 탄저병과 세균성구멍병에 걸려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산시 남산면의 한 복숭아 재배농가에 올해 잦은 비로 인한 탄저병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들. 독자제공
경산시 남산면의 한 복숭아 재배농가에 올해 잦은 비로 인한 탄저병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들. 독자제공

경산 남산면 복숭아 재배농 김모 씨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중만생종인 '골드' 품종 복숭아밭에 세균성구멍병과 탄저병이 확산했다. 복숭아 대부분이 썩은 채 매달렸거나 바닥에 떨어져 폐농하다시피 했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인건비라도 덜고자 사람 손 대신 트랙터를 동원해 복숭아를 털어내고 썩은 복숭아를 과원 바닥에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자두 농가도 시름이 깊다.

와촌면 신한리 한 자두 농가는 "올봄 자두꽃이 필 때 서리와 냉해 피해로 과실이 많이 열리지 않았는데 이달 잦은비로 습한 날씨 탓에 세균성구멍병과 탄저병으로 자두가 터지거나 썩어 떨어져 수확량이 작년의 30%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의 홍로 사과에서 탄저병이 발견된 모습. 청송군 제공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의 홍로 사과에서 탄저병이 발견된 모습. 청송군 제공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의 홍로 사과에서 탄저병이 발견된 모습. 청송군 제공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의 홍로 사과에서 탄저병이 발견된 모습. 청송군 제공

청송은 사과나무 방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일부 농가에서 갈색점무늬병(갈반병) 징후가 보여 방제약 살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갈반병은 장마나 연일 비가 내리고 난 뒤 30℃ 이상 고온으로 올라갔을 때 많이 생기는 병이다. 잎이나 줄기를 말라죽게 한다. 청송군은 이달 초부터 전 농가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방제약 살포를 독려하고 있다.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에서 갈반병과 생리낙엽으로 잎이 떨이진 모습. 청송군 제공
27일 경북 청송 한 농가에서 갈반병과 생리낙엽으로 잎이 떨이진 모습. 청송군 제공

하경찬 청송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농민들도 이 병을 모두 인식하고 있고 방재에 노력하고 있다"며 "역대급 장마가 오래 지속되면서 농가마다 사정이 좋지 못하지만 과수 관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군은 지역 특산물인 고추, 사과, 약용작물에 병해충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고추 또한 탄저병에 취약한 작물이다.

이날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고추·벼 농가 등에 대해 탄저병이나 무름병, 역병, 담배나방 등 방제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비가 온 뒤 고추 재배 농가에서 발생하기 쉬운 탄저병 등 병해충의 모습. 영양군 제공
비가 온 뒤 고추 재배 농가에서 발생하기 쉬운 탄저병 등 병해충의 모습. 영양군 제공

경북농업기술원도 장마 뒤 병해충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31일까지를 '병해충 긴급 공동 방제기간'으로 정하고, 도내 전 시군을 대상으로 병해충이 발생한 지역 및 발생 우려 지역을 우선으로 집중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영주, 예천, 봉화에 병해충 방제비를 긴급 지원하고 있다.

조영숙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은 "병해충 긴급 방제 지원으로 집중호우 피해 농작물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의 과수 농가에서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의 과수 농가에서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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