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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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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영 지음/ 빨간소금 펴냄

이쾌대, 임군홍, 변월룡, 박경란, 신순남, 전화황, 김용준, 이응노, 도미야마 다에코.

이 책은 9명의 '낯선 화가'에 관한 얘기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북으로 갔거나, 한반도에서 살지 않았으나 우리 역사의 한편에 있는 이들이다.

이쾌대, 임군홍, 김용준은 월북화가이며 변월룡, 신순남은 고려인 화가였다. 전화황은 재일조선인 화가, 박경란, 이응노는 남한에서 태어나 각각 북한과 유럽에서 활동한 화가였고, 도미야마 다에코는 일본인으로서 한국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화가다.

지은이인 안민영 교사는 이들에게 '경계의 화가'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고향에 따라, 활동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다른 경계선에 선 이들에게서는 불안함과 두려움, 아득한 감정이 공통적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이응노를 통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동백림사건으로 갇힌 이응노는 교도소에서 수묵화 한 점을 그린다.

"먹물로 그린 삼각형 모양의 추상화에는 '1968.12월 추위에 떨던 자화상 고암'이라고 적혀있다. 고암의 이응노의 호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그의 자화상이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곽선의 먹물이 번져 있는 흔적이 보인다. 마치 추운 날씨에 떨다가 털이 바짝 선 듯한 느낌이다.(중략)삼각의 틀 안에 무릎을 감아쥐고 웅크린 한 사람이 보이는 것도 같다."

대규모 간첩 조작 사건으로 옥살이해야 했던 나이 든 화가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담긴, 이 시리고 서늘한 자화상은 오히려 어떤 구상화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책 속의 그림들은 국내에 거의 처음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금까지 봤던 얘기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서사들이어서 흥미를 더한다.

지은이는 빈 칸이 많은 경계의 화가들의 흔적을 채우고자 국내외 아카이브를 뒤지고 경매 사이트를 살피며, 화가의 남겨진 가족을 만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쾌대의 '3·1봉기'(1957) 속 태극기가 1959년 작품에서는 '자주' 깃발로 바뀐 것과, '딸'을 그린 박경란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 박창빈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강화정 교수의 추천사는 이 책을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을 읽는 일은 그림의 선과 색, 구성,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을 알아채는 것을 넘어선다. 화가의 마음을 읽고, 생애를 읽고, 그가 살아간 역사를 읽는 일이다. 안민영(지은이)은 하나의 그림을 온전히 읽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24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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