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2년의 도전,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어떤 변화 가져오길래?

한국 연구진 발표에 전세계 과학계 검증 바람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저항 사라져 송전효율·컴퓨터 성능↑
핵융합발전, 양자컴퓨터 등 실현 열쇠로 주목
전공자 사이에서도 판단 엇갈리지만 "새로운 가능성 제시" 평가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전 세계적 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초전도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전 세계적 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초전도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실온·대기압 환경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상온 초전도체'를 국내 기업이 개발했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와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가 등장하면 과학기술 발전을 일거에 앞당기는 역사적 전기가 되겠지만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아 후속 연구에 이목이 쏠린다.

민간 연구회사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달 22일 온라인 논문 사이트에 상온·상압의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올렸다. 이론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연구소 측이 황산화납, 인화구리 등을 섞어 진공상태로 특정온도에서 장시간 가열하는 등 제조방법까지 공개하면서 세계적인 검증 바람이 불었다. 현재까지는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에는 의구심이 들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검증되지 않은 논문에조차 이처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초전도체가 인류의 생활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모든 금속은 저항을 갖는데,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송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이 사라져 송전 비용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또 초전도체를 이용해 전자회로를 만들면 전기저항으로 생기는 발열이 사라져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핵융합발전, 양자컴퓨터 등 '꿈의 기술'을 실현하는 열쇠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1911년 네덜란드에서 영하 269℃의 수은에서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후 과학계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납을 비롯해 지금껏 발견된 초전도 물질은 초저온, 혹은 초고압 환경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 상용화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상온 초전도체임을 주장하는 물질이 나온 적이 있지만 학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팀은 '네이처'에 수소와 탄소, 황을 이용한 물질이 영상 15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했으나 재현이 불가능했고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단 이유로 논문을 철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LK-99'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보다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초전도체가 가질 파급효과가 너무나도 큰 점, 보고된 초전도체의 제조 방식이 비교적 단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더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초전도체를 연구하는 박기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논문이 사실이라면 획기적 발견이지만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많은 전류가 흐를 때 초전도 성질이 유지돼야 상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기대감과 회의론이 상존하고 있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실험실에서 초전도체의 성질을 재현할 수 있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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