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은 쏘지 않고, 던지는 것"…과잉진압 논란에 위축되는 경찰

과잉진압 논란 무서운 경찰들 "총기 등 장비 사용 극도로 꺼려"
"일선 경찰 도와줄 전담 팀 만들어야…과잉진압 논란 두려워 대응을 안 하는 건 부적절"

서울과 대전 등 공공장소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6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경찰들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강력 범죄에 대한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서울과 대전 등 공공장소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6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경찰들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강력 범죄에 대한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흉기 난동'이 증가하면서 경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로선 과잉 진압으로 인한 법적 분쟁 부담이 커 일선 경찰들이 강경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최근 경찰 내부에선 흉기 난동을 제대로 제압하기 위해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현행 체제로는 "시민들이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자조도 나온다.

대구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현장에서는 '총은 던지라고 있는 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총기나 다른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총을 쏜다는 게 말은 쉽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어떤 때는 왜 총을 안 쏘냐는 여론이 일지만 막상 총을 사용하고 나면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각자도생하라"는 글을 올려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앞으로 묻지마 범죄 등 엽기적인 범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이대로는 경찰에도 방법이 없다"며 범죄자 상대하면서 소송당하고 심지어 무죄 받고도 민사 수천 수억씩 물어주는 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반문했다.

A씨는 이어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달아난 사람에게 총을 쏘자 형사에선 무죄가 됐지만, 정확히 허벅지를 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에서 7천800만원 배상하라는 판례 ▷경찰이 칼 들고 난동 부리는 사람에게 테이저건을 쏜 뒤 뒷수갑을 채우고 구급대원이 발을 묶었는데, 용의자가 9분 뒤 의식을 잃고 5개월 뒤 사망하자 3억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례 등을 소개하며, 무사안일주의 경찰관이 돼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적극적인 경찰관은 나올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 지도부 역시 이와 같은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경찰은 총기 사용과 관련해 사실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총기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사건이 발생하면 확실한 제압을 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2월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이 범죄 예방 또는 진압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요건은 신속함이 요구되는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이 현장에서 적법한 판단으로 범인을 제압했어도, 여론을 통해 과잉진압 논란은 얼마든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일선 경찰이 외톨이처럼 사건을 대응하게 해선 안 된다. 경찰 조직 내 전담 팀을 만들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경찰 스스로가 진압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과잉진압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대응을 안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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