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 병들어가고 화장실엔 대변 넘쳤다"…스웨덴 참가자가 전한 잼버리 참상

스웨덴 참가자 "계획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는데 캠프 준비 안 돼"

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 관리 논란에 태풍까지 겹치며 사실상 파행으로 막을 내린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관련, 참가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겪은 경험담과 일기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스웨덴의 한 참가자는 잼버리 행사가 '엉망진창'이었고 '스카우트는 점점 더 병들어갔다'고 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가디언은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23·여)의 일기를 보도했다. 매너스트롬은 잼버리 개영식이 열린 지난 3일 새만금 캠프에 도착했고, 잼버리장 철수까지 약 6일간 겪은 더위와 열악한 위생 상태 등을 상세하게 일기에 기록했다.

매너스트롬에 따르면 캠프 도착 부터 계획은 차질을 빚었고, 배수가 되지 않는 환경에 곤혹을 겪어야 했다. 매너스트롬은 일기를 통해 "계획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는데 캠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폭우가 쏟아져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비가 오면 침수되는 레드 존에 있어서 텐트를 쳐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웠다"며 "(텐트도 치지 못한) 상태였는데 개막식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며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영식이 마친 뒤 새벽 2시에야 텐트 설치를 마쳤다고 한다. 매너스트롬은 "매우 지치고 치열한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다음날인 4일에는 "텐트 안이 너무 뜨거워서 오전 7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대원 몇 명이 열사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해 어지럽고 메스꺼워 했다. 수돗물은 따뜻하고 쇠 맛이 났으며, 음료를 담는 아이스박스는 부족했고 스티로폼 박스 뿐이었다"고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잼버리 3일 차였던 5일자 일기에서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캠프 전체가 뒤숭숭해졌다고 매너스트롬은 전했다. 그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점점 더 병들어갔고 우리는 그들이 누울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야 했다" "화장실은 비위생적이었다. 거기엔 모기, 딱정벌레, 나방 등 벌레가 많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자 화장실은 위생 제품이 쓰레기통에 넘치게 쌓이고 남자 화장실에서는 대변이 넘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거듭 불만을 쏟아냈다.

또 이 날 스웨덴 대원들은 가장 대규모 인원으로 알려졌던 영국 스카우트가 야영지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에 '모든 것이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라는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의 철수 이후에도 열악한 상황은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모아 매너스트롬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 가디언

6일에는 한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캠프장 환경이 개선됐으나 태풍 카눈 북상으로 철수 결정이 내려졌고, 결국 지난 7일 태풍 카눈 북상으로 잼버리 야영지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매너스트롬과 스웨덴 대원들은 8일 '플랜B'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타고 떠났다. 스웨덴 대원들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달콤씁쓸한 감정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매너스트롬은 야영지를 떠나며 "버스에 탄 스웨덴 대원들은 잼버리 참가 이후 처음 쐬는 에어컨 바람에 좋았다"면서도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 대해선 "전 세계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나란히 앉아 K팝 쇼를 즐기는 등 에너지가 좋았다"며 "야영지는 이미 먼 기억처럼 느껴졌다. 스카우트들이 훨씬 더 잘하고 있어서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