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호 태풍 사올라 발생 "필리핀 북동쪽 맴돌며 강력해진다, 한반도행 여부는 유동적"

10호 태풍 담레이는 동쪽 멀리 향할 전망이지만…사올라와 상호 작용 가능성 주목

기상청 24일 오후 4시 30분 발표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기상청 24일 오후 4시 30분 발표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9호 태풍 사올라가 24일 오후 발생했다.

우리 기상청은 앞서 91W 열대요란이 발달한 18호 열대저압부의 예상경로를 추적해왔고, 이어 이날(24일) 오후 4시 30분 발표에서 처음으로 18호 열대저압부가 9호 태풍 사올라로 발달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태풍 사올라는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700여km 해상에 위치해 있다.

▶이후 태풍 사올라는 필리핀 북동쪽 해상을 계속 맴도는 '특이한' 경로를 밟을 전망이다.

필리핀 북동쪽이자 대만(타이완) 남동쪽인 이 지역은 동북아시아로 오는 태풍들에게 고속도로 JC(분기점) 같은 곳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경로를 정할 전망인 것.

태풍 사올라는 오늘부터 8월 29일까지 필리핀 북동쪽 해상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4일 현재 위치쯤에 닷새 뒤인 29일 되돌아오는, 즉 5일 동안 바다운동장 한바퀴를 도는 셈이다.

그러면서 강도가 26일 '중'으로, 27일에는 '강'으로 점차 강해질 전망이다.

보통 태풍은 세력이 약화하면서 반대로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갓 태어난 태풍 사올라의 경우 현재 느린 속도로 필리핀 북동쪽 해상에서 맴돌고 있고, 이에 흔한 비유로 '기를 모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후 경로는 유동적이다.

태풍 사올라가 지금 위치한 필리핀~대만 일대에서 과거 태풍이 느린 속도로 맴돌다 진로를 결정한 경우들 중 최근 사례는 올 여름 한반도로 상륙했던 6호 태풍 카눈이다.

태풍 카눈은 괌 남서쪽 해상에서 일본 오키나와 열도까지 관통해 북상, 이후 속도를 늦추더니 애초 예상됐던 중국 상하이행(북서진)이 아닌 일본 본토 남쪽 바다행(동진) 경로를 밟았다. 그러더니 재차 경로를 북진으로 꺾어 결국 우리나라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한 바 있다.

2023년 7월 28일~8월 11일 6호 태풍 카눈 실제 이동 경로. 기상청
2023년 7월 28일~8월 11일 6호 태풍 카눈 실제 이동 경로. 기상청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태풍 기준으로는 동쪽)가 태풍 경로가 된 모습. 2019년 9~10월 이동한 18호 태풍 미탁 경로. 기상청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태풍 기준으로는 동쪽)가 태풍 경로가 된 모습. 2019년 9~10월 이동한 18호 태풍 미탁 경로. 기상청

▶결국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경계가 해당 기간(8월 말~9월 초) 어디에 있을 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경로로 삼기 때문(위 2019년 태풍 미탁 경로 및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배치 참조).

앞선 태풍 카눈의 경우 한반도 주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간 자리 싸움을 좀처럼 예측할 수 없어 예상경로 역시 급변한 바 있다.

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철엔 서쪽으로 크게 확장해 한반도를 뒤덮어 한여름 더위를 만들었다가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동쪽으로 쪼그라들어 가을에는 태풍을 한반도로 자주 부르는 데, 바로 '가을 태풍'이다.

이같은 흐름상 태풍 사올라의 한반도행 가능성도 올해 먼저 나타난 태풍들보다는 높게 잡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태풍 통계가 가을 및 한반도를 가리키고 있다.

10년 평균 태풍 발생 통계를 따지면 9월에 5.3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8월에 5.1개였다.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 수는 8월에 평균 1.3개, 9월에 평균 1.0개였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1호 태풍 힌남노가 바로 이맘때인 8월 28일에 발생해 우리나라 동남권을 강타한 후 9월 6일 소멸한 바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미국기상청(GFS) Ensemble(앙상블) 모델 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우리 기상청이나 일본기상청보다 좀 더 멀리(그만큼 정확도는 떨어지는) 전망하고 있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및 미국기상청(GFS) 모델의 Ensemble(앙상블) 모델 2건이 가리키는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는 대체로 이렇다.

일본행보다는 ▷중국 동해안 상륙 시나리오부터 ▷우리나라 서해 북상 또는 ▷한반도 서해안 접근 등 크게 3분류의 경우의 수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 역시 태풍 사올라가 정체하다 8월 말 또는 그 이후 진로를 정할 때까지 변동이 클 것으로 보인다.

9호 태풍 명칭인 사올라(SAOLA)는 태풍위원회 14개국 중 베트남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소과 동물 사올라를 가리킨다.

왼쪽(TS 09W)이 9호 태풍 사올라, 오른쪽이 10호 태풍 담레이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7호 열대저압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홈페이지
왼쪽(TS 09W)이 9호 태풍 사올라, 오른쪽이 10호 태풍 담레이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7호 열대저압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홈페이지
일본기상청 24일 오후 3시 발표 (왼쪽)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오른쪽)10호 태풍 담레이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7호 열대저압부 예상경로
일본기상청 24일 오후 3시 발표 (왼쪽)9호 태풍 사올라 예상경로 (오른쪽)10호 태풍 담레이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7호 열대저압부 예상경로

▶현재 태풍 사올라 동쪽 멀리엔 17호 열대저압부가 위치해 있는데, 10호 태풍 담레이(DAMREY)로 곧 발달할 전망이다. 담레이는 역시 태풍위원회 소속 캄보디아가 낸 이름으로 크메르어로 코끼리를 가리킨다.

태풍 담레이는 한반도까지 오지 않고, 일본 본토 동쪽 바다에서 8월 말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이름이 붙는 기간은 나흘 정도, 길어야 닷새 정도일 전망.

다만, 태풍 담레이 역시 아직 경로는 유동적이고, 특히 좀 더 서쪽에 위치한 태풍 사올라의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두 태풍의 발달과 쇠퇴 및 경로 변화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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