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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방랑시인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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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애창곡 '방랑시인 김삿갓'의 가사다. 12·12 쿠데타 성공 뒤 군 관계자 등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노래 요청을 받고 마이크를 잡은 전 전 대통령이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있다. '김삿갓' 대신 자신의 성을 따라 '전삿갓'으로 개사해 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1807∼1863). 한평생 세상을 떠도는 방랑의 삶을 살면서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많은 시를 남겼다. 여섯 살 무렵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를 지내던 조부 김익순이 반란군에 항복했다가 참형되고 폐족 위기에 처하자 황해 곡산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 강원 영월에서 열린 과거 시험에 참가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스무 살의 그는 자신의 조부를 불충(不忠)의 죄로 백번 죽어 마땅하다며 호되게 꾸짖는 글로 장원을 했다. 뒤늦게 조부에 얽힌 내막을 안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삿갓을 쓰고 유랑의 길로 나섰다.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까닭이다.

김삿갓은 자신의 생애를 이렇게 시로 읊었다. '새는 둥지가 있고 짐승도 제 굴이 있는데(鳥巢獸穴皆有居)/ 내 평생 돌아보니 홀로 상처뿐이구나(顧我平生獨自傷)/ 짚신에 죽장 짚고 천리를 떠돌며(芒鞋竹杖路千里)/ 물처럼 구름처럼 유랑하니 사방이 내 집일세(水性雲心家四方)'.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 가사와 닮았다.

'방랑시인 김삿갓' 등의 노래로 사랑을 받았던 원로 가수 명국환 씨가 96세를 일기로 지난달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홀로 지내 온 고인은 인천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와 여러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면서 국가유공자인 고인의 쓸쓸한 임종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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