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인생의 희노애락, 역사의 희노애락

토지(박경리/ 마로니에 북스/ 2019)

토지인물도
토지인물도

작가 박경리,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작가는 김동리와의 인연으로 소설 습작을 하던 중 《현대문학》에 「불안지대」와 「흑흑백백」이 2년 연속 추천받으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토지'는 작가 필생의 역작이다.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94년에야 완성되었다. 총 5부로 나누어지는데, 평사리 최서희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용정에서 다시 진주와 평사리로 무대를 바꿔가면서 진행된다. 수많은 인물이 서로 엮이고 엮여 최서희로 귀결되는 작가의 필력에 감격하기도 했다.

중심인물 최서희, 김길상, 봉순이의 2대 또는 3대에 걸친 인생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인물의 삶을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은 아무리 떠받들어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등장인물의 특징이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서희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모두 여의고 조준구의 모략에 만석 살림을 모두 빼앗기고 신변의 위협까지 받게 되자 할머니 윤씨 부인이 몰래 남겨놓은 금괴를 가지고 용정으로 가게 된다.

"농발 대신 저기 막대기를 괴었느니라. 후일 너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후략)"

윤씨 부인은 아무도 모르게 서희의 방 안 장롱 발을 빼내고 그 자리에 금괴로 받쳐 놓는 작업을 했다. 서희조차도 용정으로 떠나기 직전에 그 존재를 알게 된다.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작품 내내 드러나는 수많은 복선과 복선. 새로운 인물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주요 인물과 연결된다.

서희는 용정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을 하면서 길상과 결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도 평사리 최 참판댁 못지않은 권력을 누린다. 오랜 계획으로 조준구에게 빼앗긴 재산을 다시 찾으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었다.

18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시대적 배경은 필자의 반일 감정을 부추겼다. 조준구에서 시작되는 수많은 친일 족속들의 등장은 울분을 토해내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완독 과정에서 우리의 역사의식을 어떻게 자리 잡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필자가 뽑은 토지의 또 다른 주인공은 평사리의 농사꾼 '이용'이다. 굴곡 많은 삶에서 중심을 지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그의 인품은 아들 '이홍'과 손녀 '이상의'의 삶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장장 20권, 8천여 페이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위대한 작가의 필력을 느꼈고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인생을 보았다. 단조로운 삶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수많은 인생을 함께 살아보기를 권한다.

이웅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