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내가 만난 사막여우

강현국 지음 / 시와반시사 펴냄

강현국 지음 / 시와반시사 펴냄
강현국 지음 / 시와반시사 펴냄

올 봄 시를 읽는 노년의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시력저하 등의 이유로 독서를 멀리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독 시집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구매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남성들이 시에 빠진 이유는 시가 정서를 표현하는데 유용하면서, 퇴직 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적합하면서다. 또한 40대 이상이 되면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는 영향도 끼쳤다.

시를 찾는 60대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인기를 끄는 새로운 문학 분야도 생겨났다.

'디카시'(디지털카메라+시)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감상한 느낌을 시로 적는 형태로 수년 전부터 주류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노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디카시는 어르신 사이에서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

숱한 디카시가 수록된 작품, '내가 만난 사막여우'다. 강현국 시인의 두 번째 디카시집으로, 책은 '우거진 생각', '사랑의 서사', '오래된 서적', '김성수의 꼭두' 등 4부로 나눠 총 108편의 작품을 실었다.

영상언어와 문자언어의 콜라보로 창작되는 디카시는 5행 안팎의 짧은 시행과 영상언어의 시각효과,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양방향성, SNS를 통한 유통의 편리함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된 시대에서 디카시는 문학의 외연 확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 시인은 책을 통해 디카시를 차세대 문학의 대안으로 주목하면서도 디카시가 해결해야할 과제도 함께 짚는다. '디카시의 즉순간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상언어의 포토샵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디카시의 문학성, 디카시의 독자적 미학 근거는 무엇인가', '디카시는 본격 문학의 한 갈래로 문학사에 정착할 수 있을까' 등의 물음들이다. 이같은 근본적 물음과 함께 강 시인은 대안도 제시한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 간의 조율과 상응, 영상과 문자를 주고 받는 내밀한 대화에 귀 기울여 보면 그 대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233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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