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행동이 필요한 ‘고향 사랑’

최두성 경북부장
최두성 경북부장

6억3천251만1천 원. 경북 예천군이 올해 1~8월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 액수다. 예천군은 정우택 국회의원실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모금 실적에서 1위를 차지했다. 3천14명이 참여했고, 1인당 평균 20만9천800원을 기부했다. 전국 총액은 148억4천182만1천 원.

예천군은 유일한 창구인 '고향사랑e음'의 답례품 구매 불편함을 개선, 기부금에 따른 예천장터 쿠폰을 발행해 기부자가 원하면 개인 돈을 추가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을 비결로 봤다.

고향사랑기부금제는 일본의 '고향납세'(후루사토·古里)를 본떠 올해 시행됐다.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에 '소멸 경고등'이 켜진 형국에서, 앞서 똑같은 상황을 고민하고 찾은 방안의 하나로 도입해 적잖은 효과를 가져온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주는 게 골자다. 구조적으로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는 세금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내 재정 보완 및 지역 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 발전까지 도모한다는 게 취지이며 목표다.

시행 16년째, 일본에서 고향납세는 여러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특히 모금액은 스타 지자체를 탄생시키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총무성 발표 '2022년도 고향납세 추진 실적'에 따르면 기부금 총액은 9천654억 엔, 기부 건수는 5천184만3천 건에 이른다. 1천700여 곳 중 미야자키현의 미야코노조시는 196억 엔(약 1천800억 원)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도시 예산의 15% 정도라고 한다. 인구 2만 명인 홋카이도 몬베쓰시는 194억 엔의 실적을 거뒀다. 직전 해에는 1위였다.

잠잠하던 모금액이 급증한 건 제도 시행 7, 8년을 지나서다. 총무성의 설문조사에 지자체의 40%가 답례품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일본 고향납세의 답례품은 40만 개에 이른다. 지자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활용한다. 미야코노조시는 특산품인 고기와 전통 소주로 선택과 집중을, 수산업·수산가공업이 발달한 몬베쓰시는 해산물의 세분화로 승부를 걸었다.

미야코노조시의 고기와 소주는 지명도가 높아져 현지 '먹방객' 러시로 또 다른 경제효과와 젊은 층의 인구 유입까지 이끌고 있다. 몬베쓰시는 현지 수산물로 만든 어묵과 해물 도시락을 맛볼 수 있는 '유빙 투어'에 관광객이 몰려든단다.

일본은 기부금 한도가 없다. 법인도, 지정 기부도 가능하다. 세금 공제가 간편하고 답례품 및 기부금 사용처 선택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십 개의 민간 플랫폼이 있다.

처음부터 성과를 낸 건 아니다. 고민하고, 시도하고, 그래서 뜯고 고치기에 과감하게 나선 게 원년 대비 기부금을 120배 증가시킨 진짜 비결이다. 사용처를 세심하게 설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한 것도 포함된다.

시행 첫해, 우리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그럼에도 '채찍'보다는 '격려'가, '비판'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 그만큼 지방의 상황은 암울하다.

지자체는 출향인의 애향심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왜 참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명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참여를 이끄는 건 노력이다.

다행히 지정 기부, 민간 플랫폼 허용 등 제도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법 개정 움직임이 인다. 반길 일이다.

'고향' '사랑' '기부'. 세상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단어들로 조합된 제도가 또 있을까. '고향사랑e음'에 들어가 응원 버튼을 눌러보자. 추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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