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매점은 우리가 지킨다! '학교협동조합'에서 함께 사는 법 배우는 학생들

대구 지역 7개교에서 학교별 톡톡 튀는 학교협동조합 운영 중
대구해올고·효성여고·경명여고 학생들, 다채로운 조합 활동 통해 주도성 함양

학교협동조합 설립예정학교인 도남고등학교 학생들이 경명여고를 방문해 경명여고 학생조합원들과 함께 학교협동조합 설립과 운영과정을 체험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교협동조합 설립예정학교인 도남고등학교 학생들이 경명여고를 방문해 경명여고 학생조합원들과 함께 학교협동조합 설립과 운영과정을 체험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사회에 협동조합이 있듯, 학교에도 협동조합이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교를 기반으로 경제적, 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 주민 등이 설립한 협동조합 기본법 상의 협동조합이다. 현재 대구에선 2017년 3월 대구해올고의 해뜰사회적협동조합이 최초 인가를 받은 이래로 총 7개 학교에서 각자 특색 있는 형태로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은 학생 주도성 발현, 진로탐색역량 및 문제해결역량 함양, 나아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한 공동체 가치 실현 등 여러 교육적 효과를 갖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학생 중심의 교육 실현과 학교자치 구현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 3곳을 소개한다.

대구해올고 학교협동조합 학생들이 경상중학교를 방문해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해올고 학교협동조합 학생들이 경상중학교를 방문해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기획부터 제작, 진행까지 학생이… 함께 일하고 성장해요

공립 대안학교인 대구해올고등학교엔 학교협동조합 '해뜰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2018년 설립돼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해뜰사회적협동조합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물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꼽을 수 있다.

해올고에서 1년에 4차례 열리는 플리마켓은 협동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학생과 교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플리마켓에선 도마, 펜, 스피커, 냄비받침 등 목공 상품부터 학교 담벼락에서 키운 천연수세미,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친환경 주방 비누, 손으로 정성껏 만든 도예 및 다양한 수공예 제품들이 판매된다. 이러한 물품을 직접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직접 만든 물품뿐만 아니라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협동조합의 제품 등 대구 지역의 여러 사회적경제 기업의 물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판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대구해올고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선생님이 되어 아동들을 상대로 무료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해올고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선생님이 되어 아동들을 상대로 무료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학생들의 근로장학금과 교육활동 지원금으로 주로 사용된다. 연말마다 대략 수익금을 정산한 후 '기부회의'를 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가치에 대해 토론하며 기부처를 선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기부회의의 결정에 따라 지역 내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단체 등 사회적 경제 기업 및 사회복지법인 3곳에 총 126만3천원을 기부했다.

해올고 2학년 이승주 학생은 "협동조합에서는 보통 고등학생이 해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주말이나 방학 때도 시간을 내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재미있다"고 활동 소감을 전했다.

정재명 대구해올고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너무나 즐겁게 협동조합 활동을 하고, 또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앞으로도 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배움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효성여고 협동조합인 '효성 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학생 건강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삼각김밥, 샌드위치,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건강한 아침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효성여고 협동조합인 '효성 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학생 건강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삼각김밥, 샌드위치,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건강한 아침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생 복지를 학생이 직접! 실천 중심 교육의 장

효성여자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효성소쿱(少+Coop)놀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효성 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자율과 협동'이라는 이념 아래 학생 건강 증진, 학생 교육 지원, 학생 복지를 주요 사업 과제로 삼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학생 건강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조합원이 함께 참여해 삼각김밥, 샌드위치,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건강한 아침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효성여고 1층에 있는 CAFE 1951에선 일반 과자나 음료뿐만 아니라 구운 계란, 구운 고구마 등 영양가 높은 먹거리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학생 교육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사회적 경제실천학교'는 공유 경제의 가치와 일련의 내용들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학생 중심 수업과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더 나은 학교 공동체를 위해 유익한 사업들을 스스로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나눔을 하겠다는 취지로 '당근보다 소쿱'이라는 사업을 계획해 재활용 장터를 성황리에 운영하기도 했다.

효성여고 협동조합인 '효성 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학생 건강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삼각김밥, 샌드위치,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건강한 아침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효성여고 협동조합인 '효성 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학생들이 학생 건강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삼각김밥, 샌드위치,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건강한 아침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여름방학엔 교사 및 학생 조합원들이 학교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인근의 해올중고등학교와 연계해 충북 옥천의 비전력 놀이공원(아자학교)를 체험하기도 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놀이기구 및 다양한 전통 놀이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협동의 가치와 기쁨을 나누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현재 효성소쿱놀이 사회적 협동조합 학생 이사를 맡고 있는 2학년 한 학생은 "학교 CAFE1951의 봉사자로서 정기총회에 참여했을 때 CAFE 1951의 수익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돼 처음엔 놀랍고 당황했다"며 "전교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였다는 걸 알게 된 후 나 또한 우리 학교 학생 복지에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효성여고 교장은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던 첫해 학교 곳곳에서 소쿱놀이하던 여고생들의 모습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조합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학교 전체 구성원들이 자율성과 협동의 가치를 내면화해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모습이 학교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3월 6일부터 3월 17까지 거둔 수익금 100만원을 대한적십자회를 통해 튀르키예 지진피해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3월 6일부터 3월 17까지 거둔 수익금 100만원을 대한적십자회를 통해 튀르키예 지진피해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교에서 실천하는 착한 소비, 교문 너머 해외로 뻗어가

경명여자고등학교의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12월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협동조합이다. 조합 이름에 포함된 '에듀레'는 교육을 의미하는 '에듀'(Edu)와 전통사회 공동체인 '두레'의 합성어를 나타낸다.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 매점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설립된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은 친환경 자율매점 운영뿐만 아니라 교육콘텐츠 제작, 친환경 굿즈 제작, 도시재생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기반형 학교협동조합의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착한 소비 실천을 위해 지난 3월 6일부터 17일까지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의 수익금 100만원을 대한적십자회를 통해 튀르키예 지진피해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는 학생들이 소비 활동을 통해 지구촌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고자 주도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올해 5월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 2기 이사회 출범 이래로 여전히 학생들은 스스로 신규 조합원 모집, 정기총회, 사업계획 구상, 경영공시 등 살아있는 사회·경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명여고 학생 이사를 맡고 있는 2학년 이예은 학생은 "평소 매점 운영 및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제고뿐만 아니라 공동체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을 스스로 찾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돼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규 경명여고 교장은 "경명여고에듀레 사회적협동조합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도 부합해 다양한 교과목 선택을 뒷받침하는 교과 연계 활동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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