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 프로의 골프미학]<16>수많은 미스샷은 ‘성공샷의 어머니’

골프는 숫한 샷 실패를 딛고, 성공을 예감하는 것
실수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자는 목표 가져야

야구는 3할이면 훌륭하지만, 골프는 9할 이상 쳐야. 황환수 프로 제공
야구는 3할이면 훌륭하지만, 골프는 9할 이상 쳐야. 황환수 프로 제공

야구에서 '3할대 타자'란 타석에 들어설 때, 30% 이상 안타 능력을 인정하는 찬사의 표현이다. 하지만 골프에서 3할대 정확도를 드러낼 경우, 왕초보 딱지를 떼지 못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매이닝 타석마다 안타나 홈런을 희망하지 않는 야구와 달리 골프는 홈런이 아닌 매 홀마다 최소한 안타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겨우 초보 딱지를 뗄 수 있는 수준으로 격상할 수 있다.

이같은 비교 결론은 한마디로 골프의 난해성과 실행목표의 수행 정밀도가 여타 스포츠보다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물론 스포츠종목별 고유한 기술적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배제한 단순비교임을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사격이나 양궁처럼 탄착점(홀컵)을 향한 정확성이 요구되는데다 멀리 던지기나 야구의 홈런 같은 비거리까지 겸으로 갖춰야 하는 골프는 분명 난해함을 두루 겸비한 스포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골프를 재미있다고 여기는 매니아층 형성기간도 매우 지루할 만큼 길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려운 골프를 보다 빠르게 재미있도록,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잘라 표현한다면, 클럽으로 공을 접촉할 때 느끼는 임팩트 질감의 수준이 그것이다. 공을 타격할 때, 손으로 전해지는 임팩트 질감은 골퍼마다 각양각색이다. 하수에서 고수로 변해가는 골퍼들의 가장 큰 변화는 임팩트, 즉 손맛의 쾌감지수가 상승하면서 시작된다.

반면 골프의 어려움은 고수에서 하수로 뒷걸음질 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생겨난다. 싱글 골퍼(70대 타수)가 어느 날 느닷없이 '백도리'(100타 전후)로 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만나곤 한다.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되는 골퍼들의 공통점은 다운 스윙에 잇따르는 임팩트 감각의 손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현상은 연습을 게을리할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골퍼도 인지하지 못하는 엉뚱한 습관이 생기거가, 연습과정에서 스윙의 밸런스가 깨질 때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화근이 된 케이스도 더러 있다. 필자의 레슨 경험으로 비춰볼 때, 게으르게 연습한 골퍼보다 이들의 감각 되찾기가 훨씬 더 많은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 굳어진 습관이 여물지 않은 버릇보다 악화를 구축할 가능성이 윌등하게 높다는 사실이다.

골프는 실수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황환수 프로 제공
골프는 실수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황환수 프로 제공

스케치는 지우개로 지워 다시 도화지를 쓸 수 있지만, 날선 조각칼로 만든 조각품은 통째 버려야 한다. 골프 버릇이 그렇다는 얘기다. 다운 블로우를 익하는 각별한 노력은 아무리 많이, 오래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단 '내려치기 폼새'를 꾸준하게 연마하면서, 손바닥에 전해진 자극을 기억해 반복적인 동작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골프 동작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골퍼의 본능적인 움직임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탓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실수를 허용하는 범위가 전혀 없다는 건, 실수가 곧 라운드의 실패로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수 허용치가 존재하지 않는 골프의 특성은 실수가 낙담과 좌절의 심리적 패닉상태로 몰고 간다. 이는 필드에서 비기너(초보자)에게 다름 아닌 악몽의 체험이다. 하지만 골프는 숫한 샷 실패를 딛고, 성공을 예감하는 정확성에 기반하고 있다.

여린 마음 가짐으로 출발한 골퍼들은 십중팔구 얼마 지나지 않아 클럽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샷 실수에 따른 자존감의 추락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만 할까?" 공감되는 일성이다. 연습이든 실전이든 샷실패는 '성공샷의 어머니'라는 격려의 외침은 몇년에 걸쳐 이어지는 현상임을 알아차릴 때 쯤이면, 인내는 바닥을 드러낸다.

국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입문한 젊은 골프 전사들이 무더기로 떠났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들은 이구동성 골프의 난해성을 토로했다.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근성은 숨겨둔 채. 골프의 어려움만 탓하는 셈이다.

실수 연속의 삶을 즐겁게 살겠다는 의지는 아마추어 골퍼가 지녀야 하는 덕목으로 우선 순위 자리매김됐다.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닌 줄이자는 목표를 정하고, 조금씩 정진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길 기대한다.

골프 칼럼니스트(황환수 골프 아카데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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