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필리버스터 철회에 여야 희비 교차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상정안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여야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처리를 놓고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붙을 예정이었으나 전격 무산됐다. 각자 유불리 셈법 계산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필리버스터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보고하면서 반대 토론을 준비 중이던 국민의힘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토론을 실제로 준비해 온 상태였다. 반면 지도부는 막판까지도 진행을 염두에 두면서도 민주당의 탄핵안 상정을 대비해 철회 카드를 이미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 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했다는 정말 악의적인 정치적 의도를 묵과할 수가 없다"며 "국기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선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전격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서 민주당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반대 토론자가 없어진 만큼 민주당도 찬성 토론을 멈추고 향후 대응 마련에 착수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위세가 그리도 대단한가"라며 "탄핵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철회라는 꼼수까지 불사하며 언론장악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모습이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던 여당의 민낯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탄핵안 철회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필리버스터 없이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인만큼 거부권을 사용해선 안된다면서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힘이 4개 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안 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이 법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국회에서 처리된 4개의 법안을 국민의 뜻으로 존중하고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