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더니, 결국 주저앉았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포기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식당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편의점에서 비닐봉투,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단속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규제는 당초 지난해 11월 시행하려다가 1년의 계도기간을 뒀고, 곧 시행할 예정이었다.
환경부가 내세운 명분은 규제 합리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자영업자 부담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환경 포기 선언'에 가깝다. 기후위기를 우려해 일회용품을 덜 쓰려는 시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겼다. 일회용품 금지 철회는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총선용'이란 비판도 나온다.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은 국정 과제이자, 시대 과제이다. 시민들은 비용이 들고, 불편해도 환경을 우선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환경 규제 강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EU는 2021년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7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베트남도 2025년부터 관광지 등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올해 초 10조 달러 규모의 투자자 연합은 코카콜라 등 소비재 생산 글로벌 기업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고 성명을 냈다. 나아가 국제사회는 '탈(脫)플라스틱 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우리나라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환경부 자료·2019년)은 연간 248억 개다. 제과점 비닐봉지·쇼핑백 사용량(2022년)은 660t에 이른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2020년)은 67.4㎏, 부끄러운 세계 2위다. 유엔환경계획 자료를 보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양은 800만t 이상이다.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은 매년 1억 마리의 해양동물을 숨지게 한다. 더 이상 일회용품을 물 쓰듯 해선 안 된다.
많은 시민들이 과잉 소비와 편리를 좇는 삶을 성찰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쓰지 않기, 일회용 그릇 사용 않기, 텀블러 휴대하기…. 행동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시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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