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잠재된 아름다움이 움트는 순간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한 해 두 해 흘러가는 시간을 입고 사는 동안 잠재된 아름다움이 움트는 때는 언제일까.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시간일까, 봄날 햇살 같은 순간일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연말연시의 아쉬움과 설렘 속에 있을까? 내 속에 잠재된 아름다움을 스치듯 만나는 순간이 예술일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어떤 느낌일까? 예술가는 잠재된 아름다움을 어떻게 불러와 눈으로 귀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거나 품고자 한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술을 보면 감동한다. 이 감동의 순간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대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은 잠재된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예술작품의 탄생에는 잠재된 아름다움을 움트게 하는 뮤즈가 있었다.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muse)는 고대 신화에서 제우스와 므네모시네(기억)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로 미술, 음악, 문학의 여신 그리고 역사, 철학, 천문학 등 광범위한 지적활동을 맡아보는 여신이다. 이러한 전설에 의해 뮤즈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오는 존재들로 사용됐다. 미술관(museum)이나 음악(music)의 어원도 여기서 유래했다.

뮤즈의 다른 말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힘은 잠재된 아름다움을 움트게 한다. 그렇기에 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감을 받아 예술로 승화시킨 경우가 많다.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신곡'의 저자인 단테에게 영감을 준 베아트리체, '인간의 조건'과 '예술심리학'의 저자인 앙드레 말로와 클라라,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영감을 준 사진작가이자 부인이었던 도라 마라,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사랑한 부인 갈라, 잭슨 폴록의 동료화가이자 부인 크리스너는 남편의 재능을 알아본 아내이자 파트너였다.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 대화 중에, 혹은 길을 가다가 생각에 불이 켜진 것처럼 환해질 때가 있다. 이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해 두는 것은 삶의 지혜를 쌓는 길이다. 특히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라면 휴식을 취하거나 길을 가다가 갑자기 번뜩이는 영감이 찾아오면 그 순간을 기억하고 창작으로 연결해가야한다. 직관이 작동하는 창조적 번뜩임은 멍한 상태이거나 반쯤 잠이 깬 상태 혹은 무의식 속에서 종종 나타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가는 예술가는 잠재된 에너지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

시대감성을 품은 예술가의 명작은 미적경험을 직관으로 필터링한 영감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동시대의 뛰어난 예술가는 과거와 현재가 공명하는 가운데 잠재된 아름다움을 일깨워 봄날 새벽공기처럼 생명의 언어를 움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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