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화재 예방은 정리정돈과 청소부터…

최광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소방지부장

최광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소방지부장
최광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소방지부장

화재가 잦아지는 계절이다. 산업현장, 일반 가정 할 것 없이 화마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그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자칫 화마에 인명이라도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한다면 이는 복구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피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화재 예방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나는 20여 년 동안 화재 현장에서 진압 활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여러 화재 현장의 공통점은 정리 정돈이 되어 있지 않고 청소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리 정돈과 청소가 안 된 것이 바로 화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공장의 경우 바닥에 사용한 장비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있고, 바닥 구석구석엔 사용한 기름 걸레들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다. 기계들은 청소가 안 돼 작동 부위에 기름때가 끼고 전선 트레이 위에는 먼지가 수북하다. 바닥이 말끔히 정리 정돈되고 청소가 된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난 걸 본 기억이 없다.

이는 건설공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다 만 페인트, 시너통이 방치되고, 각종 건설자재 잔여물들이 제때 치워지지 않은 상태로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현장은 당장 화재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주택이나 아파트 등 일반 가정집에서도 이러한 인과관계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세탁기나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아무렇게 쌓아놓고, 그 옆으로 쑤셔 넣은 비닐봉지·종이봉투 등이 가전제품 과열의 직접 원인이 되기도 하고 화재 확대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가스레인지 주변의 기름때와 청결하지 않은 주방은 화기 사용 시 복사열의 축적으로 언제라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집 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먼지 또한 전기 화재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붙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리 정돈과 청소의 중요성은 화재 예방 외에 화재 발생 시 인명 대피와 화재 진압 측면에서도 강조된다. 대부분의 화재 현장은 전기 차단으로 인해 암흑천지다. 이때 인명 대피와 피난 유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바로 정리 정돈되지 않은 바닥 상태이다. 계단과 통로에 방치된 물건들은 피난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피난 시 전도 등 안전사고 위험을 높여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가중시킨다. 방화문이나 방화 셔터 아래 방치된 물건들은 화재 시 연소 확대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 작은 불을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키우고, 연기 확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 인명과 재산 피해를 증가시킨다.

정리 정돈과 청소만으로 화재 예방이 다 될 수는 없겠지만 생활 속 습관으로 정착시켜 나간다면 가정과 일터를 화마로부터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화재 발생이 그렇듯 화재는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불안전한 행동과 불완전한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고 방치될 때 화재는 성큼 앞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인 불안전한 행동과 불완전한 상태는 청소하지 않는 습관과 정리 정돈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생활 속에서의 정리 정돈과 청소하는 습관이 화재로부터 우리 가정과 일터를 지키고,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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