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비전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잘못되면 정책은 실패하고, 반대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면 조직은 살아난다.
민선9기 출범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대구시 관가가 벌써 술렁이고 있다.
이달 말 첫 간부급 정기인사가 예정된 데다 다음 달부터 민선8기와 함께 임기가 끝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임원 인선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경우 국·과장급 20여 명이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인사의 폭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시청 안팎에서는 누가 승진할지, 누가 산하기관으로 이동할지를 놓고 각종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많이 자리를 옮겼던 산하기관 임원직도 대거 공석이 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추경호 대구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전직 고위공무원과 각계 인사들까지 물망에 오르는 모양새다.
사실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민선이 바뀔 때마다 산하기관장은 단체장의 사람으로 채워지고, 승진 인사는 특정 라인과 인맥이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매번 반복돼 왔다.
대구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선8기 출범 당시 홍준표 전 시장은 정년이 2~3년 남은 간부 공무원들을 산하기관으로 대거 이동시켰다. 당시에는 능력보다 '줄'을 잘 잡아야 승진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공직사회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9기 들어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는 모습이다.
추경호 시장은 최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사 철학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누구를 위해 자리를 만들거나 포석을 깔지는 않겠다"는 말이었다.
캠프 출신이라고 우대하지도, 반대로 배제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특정인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거나 자리를 만드는 방식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장 역시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하면 직접 인재를 찾아가 영입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공직 인사 원칙도 명확했다.
고시냐 비고시냐, 9급 출신이냐, 7급 출신이냐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직 내부에서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한 공무원들의 평가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며칠간의 관찰보다 10년, 20년, 30년 함께 일한 동료들의 평가가 훨씬 정확하다는 논리다.
또 인사 실무진에게 공정한 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하면서 "편향된 인사라는 평가를 받으면 인사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말했다.
말은 쉽다. 실천은 훨씬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인사는 언제나 정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선거를 함께 치른 사람들의 기대도 있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한 인사들의 요구도 있다. 조직 내부에서도 승진과 보직을 둘러싼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국 추 시장의 인사 철학도 첫 인사를 통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말 그대로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지방행정의 관행을 답습하게 될지는 이번 인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첫 단추는 중요하다.
첫 인사가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이후 조직은 시장의 원칙을 믿고 따라갈 것이다. 반대로 첫 인사부터 잡음이 나온다면 이후 아무리 좋은 원칙을 이야기해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소문에 휩쓸려 아까운 인재(人材)를 놓쳐서는 안 되고, '인재(人災)' 같은 이를 발탁해서도 안 된다.
인사는 시장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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