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침묵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3연임에 대한 거취를 밝히는 대신 내부규정을 뜯어고쳐 자동으로 새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사규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주주총회 90일 전에는 의사를 밝히도록 해왔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만료 3개월 전 회장 선임 절차 개시'를 제도화했고,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은 3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문제없게 됐다. 거취표명없이 자동으로 차기회장 후보 명단에 오르게 된 최 회장이 직접 나서 용퇴를 결정하지않는 한 최종 회장후보 결정까지 '깜깜이 선임절차 '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거취표명과 별도로, 21일 포스코홀딩스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운영을 의결,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프로세스에 들어갔다.
19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포스코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라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와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한 'CEO 승계 카운슬' 등은 없어지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 중심의 후보군 발굴과 자격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후추위는 차기회장 선임을 위한 규정에 따라 현 회장과 새로운 후보를 똑같은 조건 아래 심사하게 된다.
최 회장 외의 후보로는 내부에서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우선 거론된다. 재무통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나온다.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도 후보군에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그룹 외부에서는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들 모두가 최 회장 임기기간에 영입됐다는 점에서 '팔이 안으로 굽는' 심사가 진행될 우려가 커 새로운 후보들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비리혐의 수사와 지역홀대 논란, 정부의 순방 경제인 명단에 매번 누락되는 등 최 회장이 가진 약점도 상당하지만, 사외이사들이 2차전지 소재 분야의 과감한 투자 등 사업을 철강에서 미래종합소재 기업으로 재편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 3연임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
최 회장 역시 그룹 사업의 중대한 전환 과정에서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연임 도전 관측은 지난 11일 최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본격화됐다. 퇴임 전 CEO들이 자사주를 파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주식 매입을 통해 3연임 의지를 무언으로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자, 포스코 본사가 자리한 포항 지역에서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포스코교육재단 등의 예산을 '제로(0)'로 만들고, 본사 기능을 서울로 모두 가져가버리는 등 지역홀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최 회장이 연임한다면 더 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측은 "미래기술연구원을 경기 성남에 대단위로 조성하려는 등 최 회장은 포항시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의 3연임은 지역발전을 떠나 대한민국 철강산업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포스코 내부 한 인사는 "그룹 회장은 실력으로 냉정하게 평가돼야 한다. 포스코의 미래를 책임질 인사라면 누구라도 환영해야 하는게 회사 입장아니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현재까지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3연임에 실패하더라도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으로 이름을 남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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