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에서 찾은 '대구의 맛'…대구음식 전문점, 논현 '계승집'

대구 북성로 포장마차 감성 그대로

서울 논현에 위치한 대구음식 전문점 '계승집' 외관. 전지선 기자
서울 논현에 위치한 대구음식 전문점 '계승집' 외관. 전지선 기자

서울에서 타지역 '본토의 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비슷하게 흉내낸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구 음식만큼은 서울에서도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존재했다.

바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계승집'이다.

22일 '대구의 맛'을 찾아 방문한 계승집은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의 포장마차를 연상케 했다. 포장마차 감성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소품, 그리고 대구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까지 마치 대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구음식 전문점 '계승집' 내부 모습. 포장마차를 연상케 한다. 전지선 기자
대구음식 전문점 '계승집' 내부 모습. 포장마차를 연상케 한다. 전지선 기자

대구에서 유명한 음식을 꼽자면 뭉티기와 막창이 대표적이지만, '찐' 대구인이라면 북성로 공구골목에 위치한 포장마차의 주메뉴인 '우동'과 '연탄불고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생소한 메뉴 조합이 이색적인데, 우동과 불고기가 각각 맛보는 게 아닌 '함께' 먹는다는 점이 특별하다. 우동과 불고기의 조화로운 맛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대구 애주가들의 마음을 공략해왔다.

계승집의 대표 메뉴도 우동과 연탄불고기다. 이효빈 계승집 사장은 북성로 내 포장마차들 중에서도 단골이 많기로 유명한 '태능집'에서 직접 레시피를 전수받아 서울에 올라와 그 맛을 이어가고 있었다. 계승집의 상호도, 대구의 맛을 서울에서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능집의 25년 단골'이라고 소개한 이효빈 사장은 "태능집 사장님을 20번 넘게 찾아가 3개월 무상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직원 2명과 함께 간장 소스부터 육수, 고기 양념 등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계승집'에서 만날 수 있는 대구 음식들. 특히, 우동과 연탄불고기의 조합은 생소하면서도 조화로워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전지선 기자
'계승집'에서 만날 수 있는 대구 음식들. 특히, 우동과 연탄불고기의 조합은 생소하면서도 조화로워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전지선 기자

계승집에서는 매일 아침 직접 뽑은 생면과 각종 재료(▲파뿌리 ▲무 ▲다시마 ▲건보리새우 ▲표고버섯 ▲양파 ▲밴댕이 ▲가다랭이포 ▲감초 ▲마른고추씨)로 맛을 낸 육수가 어우러져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속이 편안하다. 북성로 우동은 일본의 쫄깃한 식감의 우동과 달리 뚝뚝 끊기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우동을 한 입 먹어보니, 국수와 일본식 우동의 중간 면발로, 낯선 듯 익숙한 식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동 육수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다양한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풍미로 일반적인 우동 국물이 아니라 마치 보양식 국물을 마시고 있는 느낌이다.

계승집은 북성로 포장마차 조합이 낯선 손님을 위해 곳곳에 우동과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붙여놨다. '계승집 우동, 불고기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적힌 안내문에는 비법 간장에 찍은 연탄불고기를 우동과 한입에 넣고 먹어보라는 내용이 친절하게 담겨있다.

서울에서는 우동과 불고기를 함께 먹는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지만, 맛에 깊이가 있는 우동과 비법 간장에 담근 불맛이 살아있는 불고기의 조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여름에는 냉면과 불고기의 조합이 있다면, 겨울에는 우동과 연탄불고기의 조합이 '진리'라는 생각도 저절로 떠오른다.

계승집은 우동과 불고기 외에도 다양한 대구 음식이 준비돼 있다. 대구에 있는 시장들의 대표 메뉴(▲칠성시장 오뎅볶음 ▲신천시장 돼지껍질 ▲효목시장 쥐포튀김 ▲서문시장 수제만두)와 함께 후추를 듬뿍 묻힌 똥집튀김, 얇고 바삭한 대구식 부추전 등이 있다. 특히, 수제만두의 경우 대구 서문시장 만둣집에서 직접 납품을 받아 '진짜' 서문시장식 튀김 만두를 맛볼 수 있다.

이효빈 계승집 사장(뒷줄 가운데)은 대구 북성로 포장마차집 '태능집'에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전지선 기자
이효빈 계승집 사장(뒷줄 가운데)은 대구 북성로 포장마차집 '태능집'에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전지선 기자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구의 맛'을 서울에서 선보이다 보니, 계승집은 대구가 고향인 손님들의 단골 식당이 됐다. 또한, 포장마차를 모티브로 한 만큼 가격이 저렴해 근처 직장인이나 젊은층에게도 입소문이 나서 저녁 시간대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사장은 "대구인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는 대구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대구의 맛 역시 대구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에서도 대구의 맛과 감성이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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