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공 수사 맡은 경찰, 인력·역량 부족해 간첩 잡겠나

이달부터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전담하게 됐다. 3년 전 문재인 정권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강행,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을 2024년 1월 1일부터 폐지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60여 년 만에 국가정보기관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관련 작업을 면밀하게 하지 않았다. 대공 분야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수사 역량도 미흡하다.

경찰은 간첩 수사의 사령탑 역할을 할 안보수사단을 신설했다. 조직 규모가 142명에 불과하고, 간부(84명)의 절반 이상이 관련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이라고 한다. 전문성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다. 경찰은 지방경찰청 소속 안보 수사 인력을 261명 증원해 985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관련 수사 경험이 없다. 인력을 차출해 4주 교육을 거쳐 투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급조된 수사관들이 날로 첨단화되는 간첩 활동을 어떻게 색출할 수 있겠는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처리할 사건은 폭증했다. 수사 인력이 부족한 데다 베테랑 수사관까지 수사 부서를 기피, 수사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대공 수사까지 맡게 된 것이다.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몇 년을 추적해도 물증을 잡기 힘든 게 대공 수사의 특성이다. 대공 수사에선 전문성·수사의 연속성·휴민트(인적 정보 자산)가 필수 조건이다. 잦은 인사와 순환 보직에 익숙한 경찰 조직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 있다. 그러나 현 정부도 국정원법 개정 이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대공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선, 해외 첩보와 관련한 국정원과 경찰의 협업 체계를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또 전문가 발굴·육성 등을 통해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을 높일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 수사 인력을 합쳐 별도의 안보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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