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 강력한 대처로 경제 고통 속 서민 한숨 달래 줘야

은행들이 담보대출자들의 세부 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공유 목적은 소비자에겐 불리하고 은행엔 더 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전형적인 불공정 담합이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채택하고 제재에 착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40조원이었고, 1조원이 넘는 성과금 잔치가 벌어졌다. 고금리 기조 국면엔 이자 증식에 사활을 걸다가 서민을 위한 저금리 정책에 대해선 불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외면한 셈이다.

서민 경제는 최근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가 20%나 뛰어올랐고, 농산물(6.0%)과 수산물(5.4%)까지 상승해 식탁 경제가 위험 수준이다. 9조1천억원(지난해 신용카드 리볼빙과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에 활용됐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규모와 비중은 각각 450만 명, 22.6%로 사상 최대다. 이마저도 여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하거나 해약했다. 그럼에도 파산 직전의 개인회생 신청은 9만437건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서민 삶을 가리키는 지표를 들자면 이 외에도 끝이 없다.

공정위의 세부 제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기회에 위법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제재 대상인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도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구체적 대책을 시장과 금융당국에 이해시켜야 한다. 은행에 대한 작업이 마감되면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위법이 없는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정부가 발표한 '서민 생활 밀접 품목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의 일환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석유와 주류, 아파트 입찰, 돼지고기 유통, OTT 서비스 등을 민생 밀접 품목으로 꼽은 만큼 이번 기회에 서민을 위협하는 시장 내 모든 위법 사안을 적발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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