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집'은 '취업 대신 시집'의 줄임말이다. 돈벌이를 하는 대신 경제력 있는 배우자와 결혼해 전업주부(專業主婦)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부라고 하면 흔히 여성을 떠올리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진 지금은 전업주부를 꿈꾸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능력 있는 여성에게 의존하여 삶의 안정을 꿈꾸는 그런 부류이다.
거의 대부분의 남성에게 전업주부의 꿈은 솔직히 망상(妄想)에 가깝다. 서민·중산층 출신 대다수 여성 역시 '부유하고 여유로운 전업주부'는 환상(幻想)이다. 현실은 냉정하다못해 가혹한 탓이다. 올해 2월 목욕비·세탁비·이발비 등 개인 서비스 물가(외식 제외)는 전년 대비 33개월 만에 최대인 3.9%나 올랐다. 이란 전쟁 등으로 생활 물가(物價)가 또 얼마나 폭등할지 알 수 없다.
물가를 감당하려면 어쨌든 돈벌이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삶의 질을 높인다면서 5년 전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법제화했다. 짭짤한 추가·휴일 근무 등 월급쟁이들의 탈출구는 원천 봉쇄됐다. 유일한 방법은 '투잡'을 뛰는 것뿐이다. 중소기업에 일하면서 부업(副業)을 하는 근로자는 2020년 27만7천 명에서 지난해 37만9천 명으로 37%나 폭증했다. 중·하층 근로자의 삶의 질이 좋아지기는커녕, 생존 전쟁(戰爭)으로 내몰린 꼴이다.
부업자는 50세 이상이 53.7%를 차지한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중장년층이 '삶의 질' 프레임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된 셈이다. 생활고(生活苦)를 앉아서 고스란히 견딜 수 있는 전업주부 여성·남성은 없다. 부부 모두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4분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1% 불어난 853만원을 기록했다. 월 흑자액도 전년 대비 9.8%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259만원에 달했다.
반면에 외벌이 가구 등의 같은 기간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으로 0.7% 증가한 데 그쳤다. 월 흑자액도 86만원으로 오히려 6% 줄었다. 부익부 빈익빈( 富益富貧益貧) 격차 확대는 대기업 직장인 등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맞벌이 고소득층 간의 결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업주부 지망생들의 희망과는 달리, 고소득일수록 남녀 모두 맞벌이 배우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現實)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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