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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경북의 힐링길]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

매표소∼사리암 주차장 3.7km 구간…도보 1시간 거리 키 큰 소나무 빼곡
청량한 물소리 따라 걷다 보면 힐링…일제강점기 송진 수탈 아픈 흔적도

'짙은 솔향기가 바람을 타고 묻어난다'는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 청도군 제공
'짙은 솔향기가 바람을 타고 묻어난다'는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 청도군 제공

걷기문화가 붐이다. 전국적으로 나름 의미가 부여된 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난다. 건강을 생각해 동네 어귀를 한 바퀴 돌아오는 소박한 걷기부터 직접 차를 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길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제주 올레길, 서울 산성길 등 지역마다 특색을 갖춘 산책로가 사람을 그러모으고 있다. 여기에 '힐링'이란 말이 더해져 또 다른 의미의 길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짙은 솔향기가 바람을 타고 묻어난다'는 경북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 경남 양산 통도사의 무풍한송(舞風寒松, 바람은 춤추고 소나무는 차다는 뜻)길, 영천 은해사 솔밭길과 함께 소나무를 주제로 한 사찰 길로 유명하다.

청도 운문면 천년고찰 운문사 솔바람길. 매일신문 DB
청도 운문면 천년고찰 운문사 솔바람길. 매일신문 DB

◆운문사 솔바람길, 운문사 매표소에서 사리암까지

'마음속 구름을 걷어낸다'는 솔바람길. 청도 운문사와 맞닿은 명품 숲길이다. 길가 울창한 노송이 늘씬하거나 아니면 구불구불하면서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신원리 운문토속먹거리촌 남쪽 매표소가 운문사 솔바람길의 초입이다. 또한 운문산 생태탐방로의 첫 구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운문사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편도 1.4㎞와 운문사에서 사리암 주차장까지 2.3㎞ 등 총 3.7㎞ 구간이 솔바람길로 통한다. 도보로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운문사 솔바람길은 운문천 계곡을 따라 키 큰 소나무가 우거져 빼곡히 터널을 이루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그러다 보니 대구 근교에서 걷기 좋은 길, 힐링길로 통하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

길옆 운문천에서 청량한 물소리가 한가득 흘러내린다. 솔바람길을 따라 오를수록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합쳐지면서 정신이 맑아진다. 산사에 다다르면 스님의 염불소리가 청정한 솔바람의 낮은 소리에 실려온다.

솔향기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피톤치드를 코로, 눈으로, 피부로 한껏 느끼다 보면 걷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 지고 기분이 상쾌해져 절로 힐링감에 빠져든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안개가 끼면 낄수록, 모두 운치가 있어 좋다.

이 아름다운 명품 숲을 걷노라면 수백년을 견뎌온 노송이 저마다 아픔을 간직함을 알 수 있다. 밑둥치에 V자나 하트 모양으로 패인 흔적이 쉬이 볼 수 있는데 1930~40년대 일제강점기에 비행기 연료로 공출된 송진 수탈의 흔적이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일제는 1933년부터 1943년까지 전국에서 총 9천539t(톤)의 송진을 수탈했다. 1943년 한 해에만 채취한 송진 양이 4천74t에 달한다. 이는 50년생 소나무 92만 그루에서 나오는 양이다. 운문사 솔바람길 안내판에도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슬픈 역사를 아로새겼다.

그럼에도 솔바람길 소나무의 자태는 늠름하다. 주죽들지 않고 사시사철 당당히 푸르게 살아간다. 그래서 운문사 솔숲은 천년 역사의 찬란함 그대로다.

운문사 입구 소나무숲. 매일신문 DB
운문사 입구 소나무숲. 매일신문 DB

◆17점의 국가문화재 보유한 명품사찰

운문사에 국보는 없지만 보물 9점, 경북도유형문화재 7점, 천연기념물 1점 등 많은 문화유산을 솔바람길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먼저 운문사 경내로 들어서면 수령 500년의 거대한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돼 보호받는 이 나무는 높이 6m, 가슴높이 둘레 2.9m, 밑동둘레 3.45m, 가지 길이만 사방 10m로 가지를 지지대가 떠받힐 정도로 우람하다.

보물 제193호로 지정된 금당 앞 석등은 통일신라 작품으로 방형 지대석 위에 상대·중대·하대석을 갖춘 기단부와 화사석, 옥개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절제된 문양의 조식으로 기단부와 몸체의 비례 및 균형이 조화를 이룬다. 부석사 석등 이후 통일신라 석등의 전통을 계승한다.

운문사 동호(보물 제208호)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항아리 모양의 불교 용기로, 감로준(甘露樽)이라고도 부른다. 용도는 감로수를 담아 놓는 의식용 항아리로 높이는 55㎝, 입 지름은 19.5㎝, 몸통 지름은 31㎝로 아름다운 자태다. 고려시대 불교 용기로서는 향로, 정병 외에 용도나 형태에 있어 유일한 예로 전체 높이를 생각하면 뚜껑 높이가 다소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비로전 앞에 동서로 선 통일신라시대 3층석탑(보물 제678호)은 2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고, 규모와 양식이 동일하다. 탑 높이는 591㎝이다. 상층 기단 각 면에 탱주와 우주가 새겨졌는데, 탱주로 분할된 여덟 면에는 팔부신중이 1구씩 조각돼 있다. 이런 부처님을 외호하는 사천왕·팔부중·십이지신장 등의 표현은 9세기 통일신라 석탑의 특징이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 매일신문 DB
운문사 처진 소나무. 매일신문 DB

◆먹을 만큼의 쌀이 나오는 전설 잉태한 사리암

운문사는 절경이 뛰어난 부속 암자도 여럿 두고 있다. 영남 3대 기도처의 하나로 알려진 사리암과 북대암은 빼놓을 수 없는 명승지이다. 이 밖에도 내원암과 청신암이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리암은 운문산에 있는 네 곳의 굴 중 하나다. 즉 동쪽은 사리굴(邪離窟), 남쪽은 호암굴(虎巖窟), 서쪽은 화방굴(火防窟), 북쪽은 묵방굴(墨房窟)이다. 옛날에 이 굴에서 쌀이 나왔는데 한 사람이 살면 한 사람 먹을 만큼 쌀이, 두 사람이 살면 두 사람 몫의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루는 공양주 스님이 더 많은 쌀을 얻으려고 욕심을 내어 구멍을 넓히고부터 쌀이 나오지 아니하고 물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장소는 나반존자(那般尊者)상이 모셔진 바로 아래다. 특이한 것은 이 요사의 지붕이 관음전 앞마당이다. 좁은 터를 최대한 활용한 것. 또 그 왼편에 3층의 집이 하나 있으며 공양간 등 요사채로 쓰인다.

사리암은 입구 삭도가 설치된 다리에서부터 약 1천여보(계단포함) 위 층암절벽 위에 세워졌다. 사리암은 국내에서도 이름있는 나반존자의 기도처로 신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에 꽃무릇이 활짝 피어난 모습. 매일신문 DB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에 꽃무릇이 활짝 피어난 모습. 매일신문 DB
천년고찰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에 꽃무릇이 활짝 피어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매일신문 DB
천년고찰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에 꽃무릇이 활짝 피어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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