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 사회주의의 실패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17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볼셰비키는 권력을 잡았지만 레닌은 고민이 많았다. 적백(赤白) 내전을 거치며 산업은 황폐화됐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볼셰비키 권력의 정당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도시와 농촌의 단절도 큰 골칫거리였다. 혁명이 시골 지역으로 침투하지 못해 반(反)혁명의 기반으로 이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닌이 들고나온 것이 '전(全) 러시아의 전기화(電氣化)'이다. 전국을 전기로 연결시켜 현대적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촌에 만연한 무지, 침체, 가난을 몰아내 혁명을 완성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921년 12월 출범한 것이 '고엘로'(GOELRO·러시아전기화위원회)이다.

여기서 마련한 전기화 사업 계획은 소련 경제 발전을 위한 첫 5개년 계획으로, 이후 소련의 경제 계획 당국인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의 5개년 계획의 원형이 됐다. 그 목표는 러시아 전역을 8개 지역으로 나눠 10개의 대형 수력발전소와 전기로 가동되는 대규모 공장을 포함한 30개의 지역 발전소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소련은 1931년에 계획이 달성됐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성과는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목표로 정한 10개 수력발전소 중 1930년까지 건설된 것은 3개에 그쳤다. 이 계획으로 소련 발전량이 크게 늘긴 했지만 '전 러시아 전기화'는 실현되지 못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말 평양을 출발해 함경남도 금골로 향하던 열차가 급경사를 넘던 중 기관차 견인기 전압 부족으로 뒤로 밀리다 전복돼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AF)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를 확인도 부인도 않지만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한다. 북한의 전력난은 심각하다. 북한 지역은 평양 주변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암흑이고, 남한 지역은 밝은 불빛으로 가득 찬 한반도 야경 위성 사진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레닌은 고엘로 승인 1년 전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 더하기 전국의 전기화이다"('우리의 국내외 지위와 당의 임무')라며 사회주의 완성의 2대 요건의 하나로 '전기화'를 꼽았다. 레닌의 기준으로도 북한 사회주의는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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