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이니까 이해해요" 공동주택 층간소음, 명절엔 너그러워진다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입주민 10명 중 9명, "명절 층간소음 이해한다"
명절이라도 과도한 소음은 갈등 유발할 수 있어…미리 양해 구하고 조심해야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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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지난 9일 대구 북구 본가를 찾은 직장인 김모(29) 씨는 윗집에서 들려오는 '쿵쿵' 발망치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특히 설 당일인 10일엔 오후 10시까지 아이들 목소리와 함께 어른들의 '깔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윗집엔 평소 노부부밖에 살지 않아 조용한 편이었는데, 설 연휴를 맞아 다른 가족들이 찾아오면서 소란스러워진 것이다.

김 씨는 "연휴 직전에 야근이 많아서 명절엔 푹 자면서 쉴 계획이었는데, 누워있으면 자꾸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니 휴식에 방해가 됐다"면서도 "평소엔 조용하기도 했고, 명절이라 다들 모여 저렇구나 싶어서 굳이 올라가서 따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동구 효목동에서 아이를 키우는 A씨도 평소에 조용하다면 어쩌다 잠깐 시끄러운 건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명절이나 주말엔 윗집에서 '와다다' 뛰어다니는 소리가 유독 심해진다"면서도 "저 역시 애들 뛰는 소리 때문에 아랫집에 양해를 구한 상황이기도 하고, 명절에 가끔 그러는 건 크게 신경에 거슬리지 않아서 그냥 둔다"고 했다.

평소엔 칼부림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층간소음 갈등이지만, 명절엔 대부분 너그러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평소 층간소음이 있었다면 명절이라도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등 이웃 간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지난 8일 엘리베이터TV 운영사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포커스미디어 아파트 입주민 트렌드 리포트: 층간소음편'를 통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명절엔 층간소음에 평소보다 너그러워진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엘리베이터TV가 설치된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입주민 1천128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층간소음'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10명 중 9명(90%)이 '평소보다 더 이해하는 편'이라고 답한 것이다.

자녀 유무에 따라 답변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무자녀 세대 96%가 명절 층간소음을 이해한다고 답했지만, 유자녀 세대는 86%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층간소음 전문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평상시에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있다"며 "일반적으론 명절에 발생하는 소음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지만, 결국 과도한 소음이 발생하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엔 친인척들이 모여 있어 이웃 갈등에 민감하고, 층간소음관리위원회 활동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아파트에선 사전에 층간소음 관련 주의 사항을 방송으로 알리고, 방문자도 문제를 환기할 수 있도록 용지 등을 배부해 안내해야 한다. 이웃에게 양해 쪽지를 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한다면 아래층은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와 소음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조심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좋고, 층은 민원이 발생한 후 이틀 내에 반드시 이웃을 찾아 사과하고 특정 기간 내에 시정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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