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공의 줄사직 이틀째, 가속화되는 의료 공백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수술실 가동률 60%로 축소
2차병원에도 중증·응급환자 내원 사례 속출
정부, 의협 모금 금지·전공의 출국 금지 등 강경모드 지속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20일 대구 한 종합병원 진료실 전광판에 휴진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20일 대구 한 종합병원 진료실 전광판에 휴진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의과대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사직 행렬에 따른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 각 대학병원의 수술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졌고, 2차 병원의 응급실에도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정부는 대구경북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1일 대구 시내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와 인턴은 652명으로 전체 전공의와 인턴의 89.1%를 차지한다.

◆ 대구시내 상급종합병원 모두 진료 축소 중

대구시내 6개 상급종합병원들은 모두 진료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수술실 가동률을 평시 대비 60% 수준으로 낮췄고, 응급실 운영 또한 축소한 상태다.

계명대 동산병원 관계자는 "수술실을 6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응급진료는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부분을 대폭 줄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또한 수술실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이번 주는 60% 정도지만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래진료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들도 전공의 공백에 따른 위기감이 팽배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입원 환자가 평소보다 10% 줄였고 응급실도 4개 구역 중 절반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첫날인 20일 대구 한 종합병원 휴게실에서 입원 환자가 집단 사직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공의 집단 사직 첫날인 20일 대구 한 종합병원 휴게실에서 입원 환자가 집단 사직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공의 공백 여파 미치는 2차병원

2차 종합병원들도 21일부터 환자가 크게 몰리는 등 의료 공백 영향권에 들었다. 21일 오후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수련병원인 대구파티마병원을 제외한 2차 종합병원 13곳 중 9곳은 응급실 여유 병상 비율이 50~79%에 머물렀다.

W병원 관계자는 "20일 야간, 21일 오전에 내과 관련 응급 환자들이 상당수 진료를 받았다"면서 "중증 환자가 아니면 대학병원 대신 2차 종합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중증 환자도 장시간 대기하는 대학병원 대신 2차 종합병원을 찾기도 했다.

곽병원 관계자는 "응급 환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병원을 찾은 환자들 대부분 중증응급환자들"이라며 "20일 밤부터 응급실이 굉장히 바쁘게 돌아갔고, 21일 오전에도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환자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전공의 출국 제한·의협 비대위 모금 중단 요청

정부의 강경대응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에 '투쟁 성금 모금'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의협 비대위의 모금이 의료계의 불법적 집단행동을 지원하려는 것으로 보고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의료와 국민 보건 향상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으면 의협은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30조를 근거로 모금 중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의 출국도 금지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무청은 최근 각 지방병무청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의무사관후보생의 국외여행허가 지침을 세분화해서 운영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여기엔 집단 사직에 동참한 업무개시명령대상자의 경우 국외 여행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소속기관장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하도록 했다.

또 전공의가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했음에도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허가를 보류한 후 병무청으로 즉시 명단을 통보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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