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조 K-푸드 '고조리서', 세계 기록문화 등재 추진 본격화

안동시·한국국학진흥원, 27일 학술대회 통해 등재 본격화
기록유산 국가간 경쟁심화, 아태지역 목록 등재 우선 추진
학술대회 통해 학술·문화적 가치, 세계인 공감대 근거마련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7일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등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7일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등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엄재진 기자

국내 최초의 민간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최초의 순 한글조리서인 '음식디미방' 등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전해오는 고(古) 조리서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이 본격화 된다.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7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의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전통문화의 정수를 담은 귀중한 자료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에 대한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적 토대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시와 국학진흥원은 '수운잡방'의 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워크샵을 진행해 오면서 ▷기록유산의 국가간 경쟁이 큰 상황 ▷1건으로 등재하기 어려운 점 ▷아시아·태평양지역 목록 등재 등 다양한 추진 방법에 대해 논의해왔다.

시는 올 한 해 여러 차례 학술대회를 통해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학술적 가치를 조명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 작성 기초 자료를 마련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 초쯤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국내 후보로 우선 선정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우선 등재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점차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학술대회는 전문 연구자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체재와 내용, 저술 배경으로서 전통문화, 현대적 활용 방안까지 포괄해 논의했다.

배영동 안동대 교수가 '16~17세기 조리서의 구성과 저술 배경', 백두현 경북대 교수가 '17세기 전후 음식조리서에 나타난 특성과 공동체 문화', 김호 서울대 교수가 '조리서 발간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 이난수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고조리서로 본 한국의 문화철학', 허성미 안동과학대 교수가 '수운잡방과 임식디미방의 활용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7일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등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엄재진 기자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7일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등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엄재진 기자

이어지는 종합토론에서는 최종호(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혜경(호서대학교), 천명희(안동대학교), 박채린(세계김치연구소), 심승구(한국체육대학교), 오수문(경북대학교) 교수가 토론했다.

배영동 교수는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역사적 의의로 ▷조선중기 경북북부지역 향촌 사회상 반영, ▷조선중기 안동문화권 양반가 지식인들의 생활상 반영, ▷성리학적 지식체계와 다른 경험, 실용적 지식체계에 기초해 저술, ▷조선중기 안동문화권 농업경제사적 발전에 힘입어 등장한 조리서라 밝혔다.

허성미 교수는 "두 조리서를 현대적으로 잘 활용해야 사장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정통성 보존 유지가 중요하다. 원형을 변질 왜곡시킨다면 고 조리서이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인류 미래에 유익한 작용이 가능하도록 보존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운잡방은 광산김씨 탁청정 김유가 상편, 손자 계암 김령이 하편을 썼다. 전문이 온전한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이다. '수운'은 '연회를 베풀어 즐긴다'는 의미로 주역 '수천수'(水天需) 괘에서 유래한다.

'음식디미방'은 재령이씨 석계 이시명의 부인 장계향이 쓴 순한글 조리서로 각종 요리의 조리법과 술 만드는 법, 저장법과 발효법에 이르기까지 식품과학 지식이 망라된 '조리전서'이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두 기록유산에는 조선의 생활상, 문화, 조상들의 미의식과 철학이 담겼다. 종가 음식문화의 실체를 담고 있어 다른 어떤 조리서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학술대회를 통해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세계인이 이해하고 동의할 근거를 쌓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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