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달래·쑥 화전 부치며 상춘놀이 푹 빠진 '여인네들'

신라부터 이은 전통 6회째 재현…한천서원서 100여명 7팀 나눠 솜씨 겨뤄
화전과 음식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하루 정가와 대금 독주, 내방가사 낭송도 곁들여

지난달 30일 달성군 가창면 소재 한천서원(寒泉書院)에서
지난달 30일 달성군 가창면 소재 한천서원(寒泉書院)에서 '제6회 화전(花煎)대회와 상춘(賞春)놀이'가 열렸다.

한복 차림 여인네들이 삼삼오오 둘러서서 수다를 떨며 후라이팬에 찹쌀 경단을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전을 부친다. 살풋 익은 전 위에 진달래 꽃잎을 얹는다. 노란 민들레와 보라색 제비꽃 등 다양한 색상의 꽃잎과 여린 쑥을 얹기도 한다. 전이 굽히며 고소한 냄새에 은은한 꽃향기, 쑥 향기까지 보태지니 자기 입과 옆 사람 입에다 하나씩 넣어준다. 화전놀이 현장이다.

지난달 30일 달성군 가창면 소재 한천서원(寒泉書院)에서 '제6회 화전(花煎)대회와 상춘(賞春)놀이'가 열렸다. 한천서원은 전이갑과 전의갑 장군 형제분을 모신 서원이다. 두 장군은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을 살리려고 그의 갑옷을 입은 신숭겸 장군과 함께 남아 분사한 고려 개국공신이다.

(사)범국민예의실천운동본부(이하 '예실본')의 후원을 받아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이하 '한예원)' 이 주최한 이날 화전놀이는 내빈과 심사위원을 포함,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화전놀이는 신라시대부터 전래한 세시 풍속 놀이로 ≪동국세시기≫(3월3일조)에는 '화전이란 참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둥근 떡을 만들고 그것을 기름에 지진 것'이라 하였다. 원래 주재료인 진달래가 만발하는 삼월 삼짇날(음력 3.3)에 했다. 올해 삼짇날은 10여 일 뒤인 4월11일이 된다.

이 놀이는 문밖출입이 어렵고 힘든 가사 노동과 농사일에 찌들었던 여자들을 위해 일 년에 한 번 마음껏 즐기는 상춘 행사였다. 이날 하루만큼은 시부모와 남편의 허락을 받아 경치 좋은 산천에 모여 구운 화전의 풍미를 음미하고 음주 가무를 마음껏 즐기며 여인들의 쌓인 한을 풀었다고 전한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국제친선협회의 주한미군 가족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을 7개 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벌였다. 화전을 굽는 동안 공연팀이 정가(正歌)를 부르고 대금과 거문고 연주로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었다.

내방가사 연구팀은 회원 모두가 참여해 만든 50m 길이의 두루마리 '덴동어미 화전가'를 전시하고 화전놀이의 소회와 감흥을 노래한 내방가사를 미리 지어와 낭송했다.

이날의 화전놀이와 상춘대회를 후원한 (사)범국민예의실천운동본부 임귀희 이사장은 "신라시대부터 유구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여인들의 봄맞이 행사인 화전놀이는 근간에 보기 드문 일입니다"며 "올해 6회째로 한예원과 예실본에서 전통문화를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재현해 보았습니다. 함께 한 참가자들이 즐거워하니 보람과 고마움을 느낍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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