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시간의 길 위에 선 인간의 삶과 흔적…김경혜 개인전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인슈바빙

갤러리인슈바빙에 전시 중인 김경혜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인슈바빙에 전시 중인 김경혜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인슈바빙에 전시 중인 김경혜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인슈바빙에 전시 중인 김경혜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경혜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경혜 작가. 이연정 기자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라 불안한 마음이 큽니다. 최선을 다했으니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내가 노력한만큼만 알아줬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김경혜(74) 영남이공대 명예교수가 2015년 봉산문화회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꼬박 10년 만에 신작들을 선보인다.

오는 16일부터 갤러리인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시간의 얼굴'을 주제로 한다.

그는 "인간은 시간을 형성하는 근원이자 그 시간에 실려 흘러가는 존재"라며 "거부할 수도, 반항할 수도 없는 시간과 함께 흘러온 삶의 흔적과, 이제 시간을 포용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작품에 꼭꼭 눌러 담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적 요소가 물씬 느껴진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중 '나는 과연 내 나라, 한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라는 부끄러움과 강렬한 호기심으로 안동대 민속학과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열정이 넘치는 그다. 이번 전시에서도 전통적인 요소들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내 작품에는 단순한 선과 여백, 즉 동양적인 미가 있다. 그 선과 여백 속에 많은 생각이 함축돼있는 것 같다"며 "누비를 닮은 작품도 있는데, 그런 한국적 요소들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내 속에 응축된, 과거의 경험이나 그리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작품은 검은색 한지와 가늘고 긴 실이 어우러져 깊이감을 드러낸다. 접고 잘라져 만들어진 한지의 긴 주름은 지난한 세월을 거쳐온 나이의 흔적을 나타내는 듯하다.

"금방 찢어질 것처럼 얇지만 질긴 한지와, 금방 끊어질 것처럼 가늘지만 튼튼한 실이 마치 우리의 삶 같죠. 시간의 길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그는 퇴직 이후에도 매일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소박하지만 절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농사를 짓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모든 일상이 그림을 향한 길입니다. 작업을 함에 있어 끝없는 숙제가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합니다."

전시는 25일까지. 053-25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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