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치매 어머니 더 잘 모시고 싶어”…간병으로 가득 찬 아들의 하루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가족 위해 열심히 돈 벌어
아버지 파킨슨병, 어머니 치매…일 관두고 10년 넘게 간병
정작 본인은 우울증에 공황장애 앓고 있어

지난 3일 조창호(59)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등과 허리를 주무르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3일 조창호(59)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등과 허리를 주무르고 있다. 박성현 기자

"뭐 물어보면 항상 고개를 끄덕여요. 좋아도 싫어도."

아침에 눈을 뜬 조창호(59) 씨가 곧장 옆방으로 향한다. 어머니에게 잠을 잘 잤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물어봐도 그녀는 고개만 연신 끄덕일 뿐이다. 이제는 아들 창호 씨를 알아보는지도 확실치 않다.

어머니가 신생아 아기에게 그랬듯, 창호 씨의 모든 신경은 어머니에게 향해 있다. 1시간 넘게 밥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들이 몇 년째 반복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어머니만큼이나 아들 창호 씨의 마음의 병도 점점 깊어져 간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장남으로서 책임감 커

창호 씨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라왔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꾸준한 경제활동이 어려웠고, 어머니가 미역 등 해산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지만 6남매를 키우긴 역부족이었다.

남매들 중 유일한 아들이었던 창호 씨는 누나 3명, 여동생 2명의 도움 덕에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었다. 집안 여자들이 일찍부터 학업 대신 경제활동을 하며 생계에 보탬을 준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창호 씨는 가족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창호 씨는 자동차 부품공장, 전기공, 폐수 처리장 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혼자서 팔자 좋게 공부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연애와 결혼도 잊은 채 일에 몰두하던 그를 멈춰 세운 건 어머니였다. 2004년쯤 어머니가 뇌경색 진단을 받으면서 오른쪽 팔, 다리가 마비된 것이다. 얼마 후에는 지팡이를 잡고 집을 내려오다 계단에 걸려 넘어져 고관절을 크게 다쳤다. 그때부터 집에는 어머니를 돌볼 보호자가 필요했고, 창호 씨는 망설임 없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

몇 년 뒤에는 아버지마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 역시 행동이 굼떠지기 시작하더니 정신도 오락가락했다. 창호 씨는 홀로 부모를 모시며 이들의 수발을 들어야 했고,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병원비는 창호 씨가 여태껏 모은 돈에다 여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 10년 넘게 간병 생활 이어와...본인도 우울증·공황장애 시달려

창호 씨의 진심 어린 간병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고, 결국 지난 201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역시 치매 증상이 더 심해지는 데다 밥과 알약 등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지금은 죽과 가루약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스스로 자세를 바꾸는 것도 힘들어 욕창을 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창호 씨가 자세를 바꿔주고 있다.

문제는 10년 넘게 끝없는 간병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인 상황은 물론 창호 씨의 건강마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은커녕 가까운 지인과도 멀어지다 보니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이다. 8년 전쯤 우울증을 진단 받은데 이어 최근엔 공황장애 증세도 보이고 있어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부모처럼 본인 역시 치매에 걸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누나, 여동생들과는 대부분 연락이 끊긴 상태다. 5명의 형제 중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는 건 셋째 누나가 유일하다. 그 역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찾아오는 것이 전부라 간병의 부담을 덜긴 어렵다.

다행히도 몇 해 전부터 어머니가 장기요양인정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가 주 6일, 하루 3시간씩 창호 씨를 돕고 있다. 그 시간이 하루 중 창호 씨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자유시간이지만 그마저도 밖에 나가서 장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아들을 찾지 않을까 싶어 늘 마음이 급하다.

최선을 다해 간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호 씨는 항상 어머니께 미안하다. 더 좋은 환경에서 모시지 못하는 데다 치매에 효과가 있다는 약도 제대로 못 사주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창호 씨가 살고 있는 보증금 3천만원, 월세 7만원 집은 냉·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다 창문도 부족해 대문을 열지 않는 이상 환기가 어려운 구조다. 100만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가 대부분 어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 등으로 쓰이고 있어 이사는 꿈꿀 수도 없다. 치매에 좋다는 유산균 역시 그림의 떡이다.

현재가 순탄치 않다 보니 자연스레 창호 씨의 미래도 뒷전이 됐다. 목공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금도 관련 영상을 자주 찾아보곤 하지만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유일한 그의 목표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창호 씨는 더욱 세상과 멀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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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마음의 깊은 상처 있는 김태호 씨에게 2,289만원 전달

애인에게 배신당한 뒤 우울증 앓다 빚더미 쌓인 김태호 씨(매일신문 4월 23일 10면 보도)에게 2천289만3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일지테크 100만원 ▷오정환 10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김원일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장윤 2천원 ▷'해만진주이안' 2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생계 책임지는 류가영 씨에게 2,203만원 성금

거식증 앓는 딸, 뇌출혈 겪었던 남편 뒷바라지하는 류가영 씨(매일신문 4월 30일 10면 보도)에게 49개 단체, 140명의 독자가 2천203만1천41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포항하우방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연합광고(김천수)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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