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악성 미분양' 증가… 한은 "중소건설사 연쇄 부도 우려"

한은, '대구 주택·금융권 리스크 점검 및 향후 전망' 보고서 발표
지난 3월 대구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전체 미분양의 13.3% 차지
"현금흐름 악화 가능성… 대금 지급 지연에 중소건설사 부도 위험"

대구 중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정은빈 기자
대구 중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정은빈 기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대구지역 주택시장이 질적으로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건설사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중소건설사 연쇄 부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

19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대구 주택시장 부진 지속에 따른 주택·금융권 리스크 점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대구의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체 미분양의 13.3%를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9천814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천306호다.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은 지난해 3월 7.2%(1만3천199호 중 956호)보다 6.1%포인트(p) 상승했다.

한은 대경본부는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했으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해 질적으로 다소 악화했다"며 "수성구에서 할인 분양 등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일부 해소됐으나 동구, 서구에서는 오히려 증가해 차별화가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주택시장 부진 요인으로 ▷장기 평균을 상회한 공급량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매수심리 약화 ▷2020~2021년 상승한 주택가격에 대한 고평가 인식 등을 지목했다. 인허가·분양 과잉으로 미분양 물건이 쌓이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는 진단이다.

◆ 지역 건설사 재무지표 악화

이에 지역 건설사 재무지표는 악화했다. 대구 주요 건설기업 4곳(상장사 2곳, 비상장사 2곳) 중 상장사 2곳의 부채비율이 작년 말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영업이익률은 비상장사 1곳을 제외한 3곳에서 하락했다. 공사 미수금, 미청구 공사도 2022년보다 증가했다.

지역 금융권의 대출 건전성은 저축은행·농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나빠졌다. 대구 저축은행 5곳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19.8%까지 올라 전국 평균(11.3%)보다 높았다.

한은 대경본부는 "분양시장 회복이나 금융여건 완화가 늦어질 경우 미청구 공사, 공사 미수금 계정의 손실 처리로 현금흐름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해당 건설사들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지역 중소건설사들에 대한 대금 지급 지연으로 이어져 연쇄적인 중소건설사 부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을 낮추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성에 따라 양호 혹은 부실 사업장을 가려 사업을 정상화하거나 정리하는 방안이다.

한은 대경본부는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완만히 진행되면서 주택시장이 서서히 회복할 경우 지역 건설사, 금융권 경영 여건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여파로 일부 취약 건설사와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대구 주택시장 부진 지속에 따른 주택·금융권 리스크 점검 및 향후 전망' 보고서. 대구의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해 지난 3월 전체 미분양의 13.3%를 차지했다. 한은 대경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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