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대해부]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아직 개장조차 못 한 관광지들

45개 사업 중 4개는 공사·콘텐츠 설치 지연 등 사정으로 未개장
달성군 화원유원지 내 역사문화체험관, 아직 인테리어 기본계획 용역 중
토지 매입·힌남노로 개장 늦어진 신라금속공예관, 올해는 개장 가능하나
산촌문화누림센터, 건물만 덩그러니… BF인증 위한 추가 공사해야

15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내 역사문화체험관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5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내 역사문화체험관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3대 문화권 사업으로 관광지 조성이 추진된 지 올해로 15년째다. 예정된 사업 기간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공사 중인 곳들이 있다. 전체 45개 사업 중 4개가 공사나 내부 콘텐츠 설치 지연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도 개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올해 안에 문을 열지도 미지수다.

◆'내년 개장 목표'지만 아직 계획 세우는 중

3대 문화권 사업 중 하나인 '낙동가람 수변역사 누림길'은 대구 달성군의 화원유원지(화원지구)와 도동서원(도동지구)에 복합 관광지로 조성 중이다. 이 중 2023년 준공 예정인 화원지구는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화원지구는 화원유원지 내 7만7천㎡에 역사문화체험관, 고분공원, 상화대공원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3월 대구시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8월 설계용역에 착수해 지난 2019년 12월 용역을 마무리했다. 이후 실시설계 적정성 검토, 계약심사, 지방재정 중앙투자 재심사 승인, 총사업비 협의 등 절차를 거쳐 지난 2021년 10월 비로소 착공했다.

대구시는 지상 2층, 지하 2층 규모의 역사문화체험관 건립과 일부 진입로 구간 공사를, 달성군은 건물 뒤편 조경 공사를 각각 담당했다. 지난해 3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그해 5월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달성군 관리·운영 이관 절차도 준공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15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내 역사문화체험관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5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내 역사문화체험관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문제는 대구시가 공사를 맡은 역사문화체험관 내부 구성이 부실해 달성군이 추가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빨라도 내년 이후 개관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달성군에 따르면, 지상 2층은 강변을 볼 수 있는 야외 데크와 바닥 공사만 이뤄져 사실상 비어 있는 공간이다. 이에 달성군은 지난달 22일 내부 인테리어 기본계획 구상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오는 7~8월 공사 업체 공모를 진행해 공사에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근영 달성군청 관광개발팀장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하다는 데 집행부와 의회가 모두 공감했지만, 우선 개관한 뒤에 보완 공사를 할지 공사 이후 개관할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길어졌다"며 "그래서 본예산 수립에 반영하지 못하고 추경을 통해 19억원을 마련해서 용역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뚜렷한 콘텐츠 구성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내년 조기 개관'이라는 달성군의 목표가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사업을 추진해왔던 대구시에서 콘텐츠를 세밀하게 구성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달성군에 관리·운영을 위임하는 것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다"며 "강당에 의자도 다 들어가 있으며, 달성군이 일부 공간을 자체적으로 꾸민다는 것이지 콘텐츠가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신라금속공예관 조감도. 경주시 제공
신라금속공예관 조감도. 경주시 제공

◆개장 5년 늦춰진 경주 신라금속공예관, 올해는 문 여나

경주 하동에 들어설 예정인 신라금속공예관도 아직 개장하지 못했다. 이곳은 신라 금속공예지국 조성사업의 하나로, 신라 철기문화를 활용해 관광명소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2013년부터 194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만4천㎡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공예관과 잔디마당, 황금테마정원 등을 조성해왔다. 처음 사업 기간은 2019년까지였지만 토지 매입 문제로 2021년까지로 연장됐고, 그 이후 또다시 지연돼 2024년까지로 길어졌다.

토지 매입에 어려움 겪었던 3개 필지 가운데 개인 소유의 2개 필지(약 1천㎡)는 2022년에 매입을 마쳤으나, 나머지 1개 필지(1만2천694㎡ 중 일부)는 소유주인 파평 윤씨 문중 내에서 의견이 분분해 결국 매입을 포기하고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원래 지난해 5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태풍 힌남노 때 토사물이 덮치는 피해가 발생했고, 복구공사를 하느라 같은 해 12월로 준공이 밀렸다. 그러다 기후적인 문제로 공사에 지장이 생겨 올해 5월까지로 또다시 연기된 것.

준공 연기와 더불어 공예관 구성 콘텐츠와 운영 방식에 관한 결정도 더뎌 지난해 9월 경주시의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경주시는 올해 하반기 공예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인 경주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아직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단계로 위·수탁 협약은 마치지 못했다"며 내부 콘텐츠 구성 여부와 관련해선 "지상 1층은 전시실, 공방, 놀이방 조성하는 등 어느 정도 계획이 나왔는데 2층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락 경주시의회 의원은 "사업 예산이 315억원에서 195억원으로 줄면서 사업부지도 좁아져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국가 공모 사업을 포기하면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위탁 기관도 경주시설관리공단, 경주문화재단, 민간업체 등에서 서로에게 미루다가 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일이 늘어나는 만큼 재단에 인력을 보강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영양군에 있는
경북 영양군에 있는 '산촌문화누림센터'. 건물 자체는 2020년 12월 준공됐으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Barrier Free)' 인증을 받지 못해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김우정 기자

◆장애인시설 인증 못 받아 개장 못 해…영양 산촌문화누림센터

지난달 11일 찾은 영양군. 군청이 있는 읍내를 지나 10분가량 오르막길을 걸으니 '산촌문화누림센터'가 나왔다. 건물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아치 형태의 독특한 형태로 근사하게 지어졌으나 내부는 어수선했다. 찜질방이 들어설 예정인 시설은 문이 굳게 닫혔고, 일부 유리창은 금이 간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산촌문화 누림터' 사업으로 지어진 시설이다. 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해 생태마을과 친환경 메카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농업학교, 농업체험공간, 산수유 공원 등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기본계획상의 농업학교에서 변경된 것이 산촌문화누림센터다. 건물 자체는 2020년 12월 준공했으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Barrier Free)' 인증을 받지 못해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영양군은 교육연구시설이었던 이곳을 주민들을 위한 체험 시설로 바꾸고자 찜질체험시설과 식당을 추가하기로 사업 계획을 2018년 10월에 변경했다.

경북 영양군에 있는
경북 영양군에 있는 '산촌문화누림센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Barrier Free)' 인증을 받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직 내부는 어수선했다. 김우정 기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에 따라 최종 건물 소유주가 공공기관이면서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될 경우 BF인증을 받아야 한다. 찜질방과 식당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라 BF인증이 필요해 영양군은 일부 설계를 다시 하고, 계단 난간 설치와 출입로 폭 확장 등 보완 공사를 지난해 2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산림문화누림센터는 정식으로 개장하지 못한 채, 공무원들의 회의 장소나 출자출연기관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관광지 역할을 못 하지만 전기 사용과 환경정비 등에 군 예산은 꾸준히 지출되고 있어 BF인증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민우 영양군 산림이용팀장은 "건물 준공은 마쳤으나 BF인증 때문에 보완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조율 중이고,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인증을 받아야 내부 시설 위탁운영을 위한 절차들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팀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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