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민의힘 설 자리는?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총선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 대표는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여당과 협상을 위해 선별 지급도 가능하다"고 물러섰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주장해 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5%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현충일에는 "강력한 국방으로 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되 흔들림 없는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호국 영령들의 고귀한 헌신에 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역대 민주당 대표들의 발언과 사뭇 결이 다르다. 이 대표가 '싸움닭 이미지'에서 '협상가 이미지'로, 무조건 '반대'하는 '발목 잡기'에서 '책임 있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을 위한 '방탄 국회' '사법 방해' '방탄 특검' 등은 그가 여전히 '악당'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가 정책과 관련한 부분에서 이 대표는 '개딸'을 넘어 중도우파층에 어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무책임한 포퓰리스트에서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에서도 당 정체성 혁신, 온실 속 화초 같은 체질 변화, 정당 지배구조 개편 등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론 난 것은 없다. 유력한 당권 주자 또는 다선 의원들 중에 정치 개혁, 정당 개혁, 국가 의제에 대해 뚜렷한 뭔가를 보여주는 인물도 없다.

4·10 총선 결과에서 보듯 현재 민주당은 이른바 '집토끼'를 확실히 붙들고 있다. 나아가 당 대표이자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유력한 이 대표는 '중도 확장'을 꾀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규제 완화, 세제 개편(종합부동산세·상속세), 안보 강화 등 국가적 의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우파적 경제정책까지 내놓는다면, 안보 어젠다에서 중도우파층이 귀 기울일 만한 입장을 표방한다면, 연금·출산·교육 같은 국가 과제에 선도적으로 나서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힘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어떤 '시대정신',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 혹시 거대 야당 탓만 하는 것을 '전략'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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