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체크]"사라진 악취, 축사 그곳에 무슨 일이?"

안동지역 축산 농장주들, 악취 잡는 친환경 미생물 살포 '붐'
케이바이오(주), 미생물 축사 현장살포 실증통해 95% 제거
축사 인근 주민들, "50년간 맡아 오던 악취 사라져 살 맛 나"
권기창 시장, 서현양돈단지·공중화장실 시범사용 검토 지시

안동 풍산농공단지 입주기업인 케이바이오(주)가 상품화를 준비 중인 친환경 미생물을 안동지역 축산농가들이 축산 악취를 없애는 효과가 있는지 실증살포하고 있다. 케이바이오(주) 제공
안동 풍산농공단지 입주기업인 케이바이오(주)가 상품화를 준비 중인 친환경 미생물을 안동지역 축산농가들이 축산 악취를 없애는 효과가 있는지 실증살포하고 있다. 케이바이오(주) 제공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축사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박모(72)씨는 최근 살 맛이 난다고 했다. 50년이 넘도록 축사에서 풍기는 악취를 맡으며 살아오다가 최근에는 방문을 열어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축사와 마을 사이 거리가 100~200m 정도로 매우 가깝다. 평생을 축산 악취와 함께 살아온 셈"이라며 "요즘엔 방문을 열어도 못 느낄 정도로 악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동지역에서 축사의 고질적인 악취가 사라지고 있다. 안동 풍산농공단지 입주 기업인 케이바이오㈜가 연구, 개발한 친환경 미생물을 사용한 악취 저감 제품이 축산 농장 현장 실증 과정에서 잇따라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안동의 축산 명장 권기택씨가 운영하는 이화축산 오천농장은 1천200여두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 농장에 최근 친환경 미생물 제품을 1주일에 2차례씩 2개월 정도 살포한 이후 악취가 현격하게 줄었다.

오천농장에서 악취가 줄어든 실증 효과를 보이자, 권기택 명장은 2만여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일직면 이화축산 농장 1개 동에도 600ℓ씩 3차례(1.8t)에 걸쳐 시범 살포, 현장 실증에 나서고 있다.

권 명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사라지지 않는 돈사 악취로 인해 직원과 주민에게 늘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조금은 짐을 덜었다"며 "친환경 미생물 제품 살포가 축산 악취 제거에 실용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동시 정하동 아파트 밀집 지역에 악취 민원을 야기했던 돈사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진입로에 자리한 서후면의 또 다른 축사, 봉화군 양계농가 등 농장주들이 잇따라 케이바이오㈜ 친환경 미생물 살포에 나서고 있다.

또, 축사가 밀집된 안동 서현양돈단지 농장주들도 지난 7월 27일 권기창 안동시장을 비롯해 축산담당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악취 저감제 사용 방안에 대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곳에는 농가 7곳이 돼지 3만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이날 권 시장은 악취가 사라졌다는 이화축산 오천농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으며, 간담회를 통해 축산농들과 협의해 친환경 미생물 제품 시범 사용, 낙동강변 공중화장실 악취 제거에 시범 사용 등을 협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축산 악취를 줄이기 위해 축산 농가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는 엄청난 시설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악취와 파리 등은 축산 현장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였다.

특히, 인구증가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악취로 인한 축사신축이 집단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지구온난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수년간 연구를 통해 국내외에서 발견되지 않은 2종의 미생물을 개발, 한국 미생물 은행에 새롭게 등록하고 특허 출원했으며, 이 미생물과 나무에서 추출한 식물성분 등을 혼합해 악취제거용 미생물 제품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성두 케이바이오㈜ 연구소장은 "안동지역 3곳의 축산 농가 돼지 3천여두를 대상으로 실증 실험한 결과, 평균 암모니아 농도가 97.8%이상 감소, 메탄 생성율은 25%나 감소돼 CO2 총발생량이 2.4%에 불과했다"며 "악취 제거는 물로 지구온난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미생물이 축산 악취를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자신하는 강성두 케이바이오(주) 연구소장이 실험 살포에 나선 축사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미생물이 축산 악취를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자신하는 강성두 케이바이오(주) 연구소장이 실험 살포에 나선 축사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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