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면허 없어도 대여 OK? 난무하는 어린이 PM 탑승, 사고 부추긴다

면허 인증 없는 앱 찾고, 부모 명의도용하면 속수무책
연령대별 PM 사고 분석 결과, 20대 미만 사고 가장 많아
전문가 "단순 계도·주의로 부족… 곧바로 범칙금 부과해야"

지난해 9월 4일 오후 경산시 남매지 주변 도로를 따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젊은이들이 탑승 인원 규정을 위반한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9월 4일 오후 경산시 남매지 주변 도로를 따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젊은이들이 탑승 인원 규정을 위반한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매일신문 DB.

부모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면허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공유 킥보드 업체를 고르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이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손쉽게 대여하고 있다. 교통 법규를 제대로 익히지 않은 어린이의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양상 속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전동평행이륜차, 전동기 등의 PM 탑승은 최소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반하고 무면허로 운전할 경우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되고,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법을 위반한 경우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물린다.

법과 달리,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달리는 어린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성구민 황모(41) 씨는 "아파트 놀이터 일대는 학원 수업이 끝나는 오후 8시부터 킥보드를 타고 종횡무진 누비는 아이들로 붐빈다. 당장이라도 사고가 발생할 것 같아 마음을 졸인다"며 "지적을 해도 아이들은 '불법인 줄 몰랐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의 PM 이용이 난무하는 이유로는 대여 환경이 법과 딴판인 것이 꼽힌다. 일부 PM 대여 플랫폼은 면허 등록을 의무로 두지 않고, 면허 소지 여부 질문에 '예'로 답하면 대여가 가능하다.

면허 확인 절차를 의무로 두거나 본인인증 절차를 추가한 앱도 어린이의 대여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용 초기에 면허증을 촬영하거나 본인확인을 한 뒤에,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등 실제 이용자와 등록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어린이 이용자는 부모 명의로 대여 앱에 가입한 뒤 PM을 이용하곤 한다는 것.

업체 측은 공유 킥보드 사업은 자동차 대여 사업이 아닌 탓에 현행법상 운전면허증 정보를 수집, 확인할 근거가 없다고 항변했다. 한 킥보드 대여업체 관계자는 "명의도용으로 인해 킥보드 사고가 늘자 직접 이용자와 통화를 하는 등 절차를 마련해봤지만, 인력이 과도하게 필요해 결국 중단했다"며 "어린이 킥보드 운영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적절한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전체 PM 사고 중 무면허·어린이 이용자의 사고는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4 교통안전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발생한 사고를 분석한 결과, 20세 미만이 일으킨 PM 사고는 전체의 32.4%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운전면허 미취득자에 의한 사고 역시 34.6%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을 주문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고로 집계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며 "현장에서 단순히 주의를 주는 것으로는 무섭게 늘어나는 어린이 PM 운전을 줄일 수 없다. 어린이라고 봐주지 않고 곧바로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어린이의 PM 운전을 막기 위해서 현장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사고 위험이 높은 야간 어린이 운행을 막기 위해서 음주단속 시 PM 운행도 함께 단속하겠다"며 "학교로 찾아가는 캠페인을 통해 면허 없는 PM 운행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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