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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돌려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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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수필가(대구보건대 교수)

김미옥 수필가
김미옥 수필가

거친 말이 앞설 때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날카로운 언어에 부딪쳐 속이 갈라질 때, 이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마음을 잇는 접착제가 있지 않는 한 어렵다. 매서운 언어가 심부를 파고들면 뱉은 말의 의도와 상관없이 되돌리고 싶은 말을 곱씹게 된다. 우물쭈물 말의 온도를 감지하다 보면 응어리진 속을 풀 방법을 찾고 있는 나와 만난다.

만약 인간의 마음이 사물처럼 또렷이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행복한 마음 모양이라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그 반대라면 녹슬고 거칠고 찢기는 모든 속내가 뇌에 각인돼 견디기 힘들 것이다. 자상한 말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날카로운 말은 무자비하게 심장을 파고들어 아픈 모양대로 속에 똬리를 틀고 자국을 남긴다. 이럴 때면 산을 오르거나 친구와 대화하거나 글을 쓰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무분별한 말이 흉터가 되지 않도록 몹쓸 언어를 사포질해서 풀어야 한다.

약속 없이 산을 찾는다. 일이 틀어지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진짜 마음은 나댈 겨를도 없이 거센 말이 삐죽거린다.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커질 즈음 스스로를 연마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산을 오르는 초입부터 매서운 말의 흉터를 닦아내려는 듯 발은 무겁고 등 언저리가 주저앉을 기세다. 어렵게 발걸음을 내딛어 걷고 또 걷다 보면 산등성이가 보이고 그제야 무겁던 마음의 절반은 훌훌 날아간 기분이 된다. 괴롭던 심정을 산이 가져간 건지 바람이 날려버린 건지 모르지만 자연은 늘 나를 다독이며 괜찮다는 말을 돌려준다.

가까운 사람을 만나 꽁꽁 싸맸던 속내를 풀기도 한다. 더없이 편한 사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여는데, 말이란 게 뱉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끝에 맴도는 여운이 마음을 후비는 게 문제다. 기쁜 자리에서 백가지 축하 인사가 오가도 한 가지 어긋한 말을 들으면 이내 기분이 가라앉기도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 옆에서 여가를 즐길 여분의 집을 샀다는 말이 붙는다면, 이것은 친밀한 관계의 대화인 걸까. 반대로 내가 던진 가시 돋은 말을 후회하며 바로 되돌리지 못해 뉘우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문자에 묻어나는 평소 말의 형태를 살피고 정리하다보면 상대방이 속사정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다고 이해한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기억의 조각을 꺼내어 나만의 일화를 언어로 감싸며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조목조목 문장을 다듬고 의미를 드러내다보면 갈라졌던 틈을 이어줄 대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수필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돌려주는 말이다. 혹시 거친 말이 앞서 애틋한 사이에 금이 갔거나, 세월에 덮인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거나, 이내 되돌리려던 말을 바로 잇지 못해 속에 응어리진 게 있다면 글로 옮겨보라. 잊고 있던 나와 마주하며 진짜 속내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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