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과정에서 나타난 수도권 중심 지원 정책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용인과 구미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구미와 같은 지방 도시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용인과 구미, 지원의 차이는?
용인시는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이 발표됐고, 용인에 대한 인프라 지원이 강화됐다. 도로 확장, 용수 공급 및 전력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는 용인이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반면, 구미시는 50년간 국가산업단지를 운영하며 축적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인에 비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구미는 용수, 전력, 폐수 처리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 정책은 구미와 같은 지방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고 있다.
◆ 한국 반도체 산업, 수도권 집중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권(금오공대 교수) 구미반도체특화단지 추진단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사람·물·전기라는 필수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데, 수도권에 공장을 집중하는 현 방식은 이러한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의 물과 전력 공급이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데다 비용 부담까지 커 안정적인 공장 운영에 부담이 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도권에 공장을 집중시키는 현상은 지역 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확대시킨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구미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구미는 수도권보다 물가가 낮고,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며 비용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구미는 전자산업의 중심지로서 이미 일정 수준의 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기 좋은 기반도 갖췄다. 이러한 조건은 구미가 반도체 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단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구미와 같은 지역 중심으로 산업 배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수도권의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줄이며, 국민적 합의를 통한 보조금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미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 절실
구미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이 국가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소재와 부품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 전략적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 구미에 대한 지원은 용인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9천207억 원 규모의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 사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닌,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LG이노텍, 삼성SDI, SK실트론 등 주요 소재부품 공급기업이 주도해 반도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국내 자급자족의 길을 여는 데 필수적인 사업이다.
특히 구미는 이미 반도체 산업의 주요 기반 시설과 오랜 산업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50년 넘게 축적된 산업 인프라와 고숙련 인력들은 구미를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의 최적지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살려 첨단반도체 콤플렉스를 구축한다면, 구미는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구미시가 추진하는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중요한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미 경제계는 "구미는 중소기업과 소재부품 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정부의 정교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구미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가 구축된다면, 이는 비수도권의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국가 반도체 산업의 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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