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군 장교가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A(38)씨는 이날 춘천지방법원에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함께 본안소송인 '신상정보 공개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전날 강원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심의위가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신상정보 공개를 의결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즉시 공개'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소 5일(8∼12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A씨가 이 유예기간을 이용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A씨가 법적 대응을 하면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0년 7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피의자가 낸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A씨가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신상 공개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 중단된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찰은 13일쯤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가처분 인용 여부는 오는 11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으며, B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조사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참여시켜 범죄 행동을 분석하고 있으며, A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도 암호를 해제해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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