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출동 잘하나 보겠다" 일부러 불 지른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

젖은 짚단 등 불 질러…"과거 출동 제대로 안 한 사례 있어 확인해본 것"
소방 대형 펌프차로 2분만에 진화…소방노조 "산불예방기간 무슨 의도냐"

당시 화재 현장.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경북본부 제공.
당시 화재 현장.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경북본부 제공.

경상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고의로 불을 지른 뒤 시‧군 소방관들의 화재 대응력을 점검해 소방공무원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40분쯤 상주시 화산동의 한 농협법인 앞 도로에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벌집 제거를 위해 화산동과 약 7㎞ 떨어진 사벌국면 덕담리로 출동했던 상주소방서 소속 대원들은 귀소 중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소방당국은 대형 펌프차 등 2대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화재 진화에 소요된 시간은 2분여 남짓에 불과하다.

현장에는 이날 낮 상주소방서 행정감사를 마친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있었고, 연기는 이들이 젖은 짚단 등에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도의원들은 소방이 출동하기 전까지 현장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화재 신고는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직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올해 초 영양군 입암면에서 주택 화재를 진압할 당시 출동한 소방차의 소방용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전소된 사례가 발생,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고의로 짚단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A도의원은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영양 사례 당시 소방당국이 주택 건물주에 손해보상을 해줬다"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불을 내 골든타임 내 도착 여부와 장비가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소방본부와 협의해 행정감사 당시 출동 대비 점검 관련 매뉴얼 등도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소방 공무원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다행히 동시간대 다른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방력 공백이나 낭비 등이 매우 컸다는 주장이다. 특히 다음달 15일까지 소방‧산림당국은 '가을철 산불예방 집중 기간'을 운영하면서 산림 연접지‧논두렁 소각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김주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 위원장은 "소방장비 점검이 목적이라면, 다른 형태로 이를 점검하면 됐다"며 "산불 예방 기간에 고의로 논‧밭 인근에서 불을 지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소방기본법 시행령 등에 따라 화재·구조 등이 필요한 상황을 거짓으로 알릴 경우 최초 200만원, 2회 400만원, 3회 이상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불을 지른 건 주택물이 아니기 때문에 방화 혐의 적용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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